금호석유화학이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캐파 증설 착수 시점을 최소 4개월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NB라텍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것으로,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착수 시점은 유동적일 전망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글로벌 NB라텍스 수요 둔화 등으로 NB라텍스 증설을 우선 4개월 연기했다”면서 “현재 NB라텍스 원재료(니트릴·부타디엔)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말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NB라텍스 증설에 총 2765억원을 투자, 생산능력을 23만6000톤 확대하는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NB라텍스는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의료 및 조리용 장갑 재료로 쓰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수요가 급증했었지만 최근 시황은 부진하다.
백 대표는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데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워낙 안 좋다”면서 NB라텍스 생산 조절 가능성도 내비쳤다.
백 대표가 NB라텍스 시황 및 증설 계획 변경 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경영인인 그는 지난 2021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단독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언론 노출을 자제해왔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증설 연기로 당장 재무 부담은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늘어난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 등으로 실적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 NB라텍스를 포함한 합성고무 사업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50% 안팎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NB라텍스 가격은 하향세다. 지난 2021년 한 때 톤당 2000달러를 넘어섰으나 지난해부터 1000달러 수준으로 반토막났고, 현재는 1000달러를 밑돈다. 지난 15년간 사상 최저치다.
석유화학업계는 NB라텍스 가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NB라텍스 생산 업체들의 신·증설 연기 또는 철회에 따른 '공급 과잉' 해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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