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마크 품은 네이버]'C2C 실크로드' 구축에 총력…"넥스트 커머스 리더로"

판매자·상품 등 다양성 추구
포시마크 사용자 MZ세대 80%
네이버로 유입 '글로벌화' 자양분

'모든 비즈니스는 크리에이터가 증가할 때 무한 확장성을 지닌다.'

네이버가 1조7000억원의 통큰 베팅으로 포시마크를 품은 배경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는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으로, 누구나 구매자이자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플랫폼 사용자가 크리에이터를 증폭시켜 '넥스트 커머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했다.

네이버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북미까지 잇는 이른바 'C2C 실크로드'를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호주, 인도에 걸쳐 8000만명 사용자를 확보한 포시마크를 주축으로 글로벌 C2C 생태계를 잇는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의 왈라팝과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를 단행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캐러셀', 국내에는 '크림', 일본에는 '빈티지시티'를 운영하며 촘촘히 채워나가고 있다.

포시마크 경영진들이 12일(현지시각) 미국 레드우드시티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와의 시너지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스티븐 영 CMO(왼쪽부터), 마니시 샨드라 창업자 및 CEO, 트레이시 선 공동 창업자 및 SVP.
포시마크 경영진들이 12일(현지시각) 미국 레드우드시티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와의 시너지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스티븐 영 CMO(왼쪽부터), 마니시 샨드라 창업자 및 CEO, 트레이시 선 공동 창업자 및 SVP.

◇글로벌 C2C에 조 단위 광폭 투자…'롱테일 커머스' 추구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1조7000억원 '통큰' 투자로 품었다. 인수 발표 후 3개월 만에 최종 완료한 데는 C2C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고 그만큼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포시마크는 북미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버티컬 커머스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포시마크 사용자 중 MZ세대가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밀레니엄 세대 여성의 약 90%가 포시마크 커뮤니티에 가입돼 있다. 이들을 네이버 생태계로 끌어들일 경우 네이버의 글로벌화에도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글로벌 MZ세대에게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리커머스 소비 형태와 C2C 거래는 이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들은 한정된 소득과 소비 트렌드의 불균형을 중고거래로 해소하고 희소성·스토리가 있는 '가치소비'를 지향한다. 네이버가 C2C 커머스를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배경이다.

특히 포시마크는 사용자간 '끈끈한 커뮤니티'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계의 친밀도·신뢰도가 높아질수록 거래가 느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포시마크 사용자의 오프라인 축제 행사인 '포시 페스트(posh fest)', 온·오프라인 미팅인 '포시파티(posh party)' 등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에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셀러 군도 포시마크 성장성을 높이고 있다. 스티븐 영 포시마크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포시마크는 캐주얼한 사용자 그룹뿐 아니라 본업 외에 부업으로 포시마크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드 허슬러', 포시마크 활동을 본업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기업가 그룹', 독특하고 니치한 브랜드 중심의 스몰 비즈니스 '부티크' 등이 있으며 자체 상품을 가진 브랜드도 포시마크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판매자와 소비자 다양성, 상품 개성이 곧 C2C 플랫폼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특징은 네이버가 그간 추구해온 '롱테일 커머스' 생태계와도 결을 같이 한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SME) 중심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롱테일 커머스를 추구해 왔고, 55만여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경쟁력 또한 이들 SME 각각의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포시마크 품은 네이버]'C2C 실크로드' 구축에 총력…"넥스트 커머스 리더로"

◇스마트렌즈·라이브 커머스 기술 이식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 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쇼핑 등 기술력을 포시마크에 이식해 화학적 결합(PMI)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포시마크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포시렌즈'의 테스트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포시렌즈는 네이버가 포시마크에 최초로 적용한 자사 스마트렌즈 기술이다. 포시마크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촬영하면, 비슷한 상품과 가격을 한 번에 추천해 주는 '비주얼 서치' 기능이다. 사용자의 검색 편의성이 한층 강화된다.

포시마크가 자체 개발한 라이브 커머스인 '포시 쇼(posh show)'에도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프레이시 선 포시마크 수석부사장은 “경쟁자들에게 없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테스팅 초기 단계로, 조만간 정식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 과제도 많다. 아직 포시마크는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포시마크가 2021년 4400만달러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히 적자폭을 줄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의 매출 효자 노릇을 해왔던 커머스 분야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마니시 샨드라 포시마크 CEO는 “수익에는 마케팅 투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겠으나 그 이외의 부분도 영향을 끼친다”면서 “앞서 공개한대로 2024년 흑자전환 목표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레드우드시티(미국)=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