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 수장 선출이 초유의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벤처캐피탈협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복수 후보자가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벤처투자업계 위상이 높아지고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회원사 요구 사항이 점차 다양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제15대 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에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대영 케이넷파트너스 대표가 최종 입후보했다. 협회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18일 2차 회의를 열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심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적격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다음달 17일 열릴 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벤처캐피탈협회장 인선이 경쟁 구도를 맞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협회는 1989년 설립 이후 줄곧 단독입후보자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재임기간인 향후 2년이 업계 발전의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확대일로를 걷던 벤처투자시장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복수 후보자가 출마 의사를 밝힌 것 역시 회원사 등 시장 참여자마다 제각기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서다.
수년간 이어진 벤처투자시장 확대로 협회에는 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 벤처캐피털(VC)부터 유한회사형(LLC) VC,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신생 VC까지 다양한 형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초기투자, 구주매입, 사모펀드(PEF)와 액셀러레이터를 겸영하는 경우 등 운용방식도 제각각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 면면도 사뭇 다르다. 윤 대표는 1962년생으로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심사역 생활 10여년만인 2012년 독립계 VC인 DSC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를 제외한 벤처펀드만으로 설립 10년만에 AUM 1조원을 돌파했다.
1963년생인 김 대표는 2008년 LLC형 VC인 케이넷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초창기부터 크래프톤을 발굴해 '배틀그라운드' 성공으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을 이어왔다.
회원사 안팎에서 과거 추대 방식 회장 인선과 달리 이사회 또는 총회 단위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진만큼 업계 내부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이 모인 금융투자협회처럼 후보자가 공약을 걸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심사역 구인난을 호소하던 당시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심사역 이직에 패널티를 주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일부 회원사들이 업계를 대표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추위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회추위는 협회 부회장사 및 사무국 등으로 구성돼 있다. 10명 안팎의 의견만으로 단수 후보를 추천할 경우 회원사 반발 제기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협회에 회장 선거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회추위는 오는 18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 차기 회장 인선 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