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양국의 연대·협력 범위를 탄소중립까지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UAE와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한국이 손을 잡으면 국제사회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고, 양국 간 경제 협력 기회도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국립전시센터(ADNEC)에서 열린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Abu Dhabi Sustainability Week)' 개막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조연설을 했다.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은 중동지역 최대 에너지 분야 국제행사다. UAE 정부와 아부다비 미래에너지공사(Masdar)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올해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무엇보다 탄소중립을 적극 추진 중인 한국과 UAE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탄소중립'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최근 탄소중립을 향한 담대한 행보에 나선 UAE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UAE는) 2021년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아부다비는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 '마스다르'를 건설하고 있다”면서 “아부다비가 탈탄소 스타트업 성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추진하는 탄소중립 구상을 소개하며 양국 협력 중요성을 설명했다.
먼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무탄소 전원인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재생에너지·수소 등 청정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반영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 국제사회와 약속한 탄소중립 계획을 체계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UAE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탄소중립 분야까지 확대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리더십이 더욱 커지고, 경제적 협력 기회 역시 증대될 것”이라면서 “양국 우정의 상징인 원전 협력에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저장포집활용(CCUS) 등 청정에너지 협력까지 더해지면 양국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건설 분야에서도 양국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 도시들이 저에너지와 모빌리티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시티로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보유한 최첨단 정보기술(IT)·인프라 솔루션과 UAE의 마스다르 건설·경험이 모아지면 세계 곳곳에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한 국가 노력만으론 어려워”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UAE가 개최하는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올해 총회(COP28)에서는 파리협정 이행의 진전 여부를 최초로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이뤄진다”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UAE의 오랜 친구로서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8월 인천에서 개최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에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린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기후변화 대응 역량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세계의 공통 언어가 됐다”면서 “한국과 UAE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 개막식 일환으로 열린 '자이드 지속가능성 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UAE 초대 대통령인 고(故) 자이드 대통령 뜻을 모토로 매년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 혁신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