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한테 주식을 무상 증여한 게 결코 아닙니다. 데이터 전문가로서 회사 미래 가치, 더 나아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고심한 끝에 안전한 투자 결정을 내린 겁니다. '구렁이알 같은 돈'이 100년 장수 기업으로 영속하는 우수 인재 확보와 기업 미래 가치를 키우는 성장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조광원 비투엔 대표는 “2021년 11월 중순 스펙합병 상장 결정이 내리기 전부터 사내 원탁에 모여 본인을 포함한 창업 멤버 중 대주주 5명이 증여하기로 결심한 약 116만 주의 주식 중 약 83만주가 넘는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기증키로 굳건하게 맺은 약속을 작년 말 마무리 지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4년 10월 중순 '처음처럼 끝까지'(Begin to End)란 네이밍 뜻을 갖고 데이터 전문기업 '비투엔' 깃발 아래에 모인 5명의 공동 창업자가 18년 만에 후배를 위해 다시 한번 도약의 꿈을 펼친 것이다. 현시가로 약 22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상장 주식을 조건 없이 내놓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었다.
회사는 인력 투자는 계속 증가하겠지만 작년 말 실시한 주식 무상 증여 결정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스톡옵션 또는 스톡 그랜트 등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펼치는 기조를 유지, 우수 인재를 계속 확보할 계획이다.
조 대표 등 창업자 5인의 이러한 쉽지 않은 결정 배경은 명료하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기존 인력 외부 이탈을 방지해 헬스케어·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고부가 가치를 담보하는 플랫폼 사업 역량을 배가하는 동시에 대기업 인력도 탐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 '기업 지속 성장의 롤모델'로 작용해 기존 인력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수 인력 영입에 활기를 띠기를 바라고 있다.
-창립 멤버 5명이 주식을 무상 증여한 배경은.
▲창립 멤버 5명이 회사 20주년을 맞기 전에 기업 상장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직원에게 유상 증자 또는 실권주에 대한 참여를 권유하곤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직원들은 비상장 주식을 선뜻 사기 쉽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 성장 과정에 기여한 직원 또는 기업을 열심히 이끌 직원을 위해 주식 일부를 기증해 회사 미래 가치를 키워보자는 의견을 창업 멤버들과 2021년 초반 나눴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의기투합했다. 창업 주주들이 직원에 투자함으로써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하는 동기를 부여하면 결국 기업가치 상승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을 모두가 가졌기 때문이다. 근속연수, 역할 등에 따라 배당받는 주식 물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직원들은 창립 멤버가 '돈의 가치를 떠나 무상 증여를 몸소 실천했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개인 재산을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처럼 끝까지 초심을 지키자는 뜻에서 '비투엔'이란 사명을 지었다. 안 좋은 일에는 솔선수범해서 나서고 좋은 일은 직원들과 나누자는 신념으로 기업을 운영해왔다. 창업 후 여러차례 시련과 어려움도 있었다. 힘들 때는 3년 연속 적자인 경우도 있었다. 창업 주주들이 급여를 못 가지고 간 적은 있을지언정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원들 급여를 밀린 적이 없다.
창업 멤버들은 지난 18년 동안 초심을 지키자는 굳은 약속을 유지해왔다. 다른 회사에서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욕심을 내는 곳이 있었다. 경영권 지배만을 목적으로 일부 지분 인수에 매우 높은 금액을 제안받았다. 물론 솔깃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매각보다는 초심을 지키자고 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욕먹는 선배가 되지 말자고 했다.
회사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모든 직원에게 풍족한 삶을 안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회사는 영속하면서 직원들 자녀도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 마련에 방점을 뒀다.
-주식 상장을 하게 된 배경은.
▲중소기업이 100년 기업 진입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비투엔이 과감하게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다. 이를 위해 상장을 추진했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자금조달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 자금조달에 한계가 많고 또 어려운 일을 겪으면 경영 타격이 적지 않다.
상장기업이 되면 자금 조달에 우선 숨통이 트인다. 회사가 우수 인재들과 함께 비도적이지 않고 올바른 투자와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진행한다면 일반 주주들이 투자 전략에 신뢰를 보낼 것으로 확신했다.
현재 빅데이터와 AI 시대가 도래했고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맞이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재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데이터 업계는 전쟁이다. 중소기업에서 좋은 인력을 뽑으려고 해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지원도 하지 않는다.
상장 후 모집공고를 냈는데 우수 인재가 많이 찾아왔다. 이게 바로 상장 후광 효과란 생각을 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가 필요하고, 우수 인재가 오래 몸담으면서 조직을 이끌면 밑에 직원도 동반 성장한다.
-임금 체계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
▲지난해 대졸 초임 연봉을 4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동시에 복지 제도를 확대, 실질적 초임은 최소 4500만원에 달한다. 인력 이탈을 막고 새로운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임금 수준도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의 아픔은 있지만 다른 비용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임금 체계는 공세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물론 인건비 비중이 비교적 높은 건 맞다. 비투엔은 고급인력이 필요한 AI 분야와 데이터 응용 산업군에서 활동한다. 비용구조가 높아지면 영업이익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하지만 미래 기업 담보를 위해선 고급 데이터 전문인력을 확보·유지해야만 선한 영향력을 후배에게 미칠 수 있다. 선순환 인력 구조를 형성하면 좋은 인재들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1인 노동 생산성으로 지속 매출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시스템통합·컨설팅 등 인력 중심 사업보다는 솔루션 사업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매년 솔루션 매출이 두 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솔루션 사업 부문이 회사 매출 구조를 견실하게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해 사업 의지를 밝히면.
▲지난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데 나름 성공했다. 우수 인재들과 함께 솔루션 매출 구조 또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데이터가상화 솔루션 '슈퍼애시드'·실버케어 플랫폼 '늘' 등 신사업에 지난해 15억~20억원을 투자했다. 상장을 한 이유는 명백하다. 이들 신사업 모델에 투자를 공격적으로 전개해서 데이터 시대를 리딩하기 위해서다.
올해 이들 신사업은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슈퍼애시드는 분산 환경에서도 데이터 정합성을 보장해 주는 세상에서 처음 선을 보이는 솔루션이다.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전환 시 가장 큰 어려움인 데이터 정합성의 문제를 해결, 개발자 품질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높여준다. AI 기반 디지털 돌봄 케어 플랫폼 '늘(NEUL)'은 요양시설의 고령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신개념 케어 서비스이다. 혁신 비즈니스 모델들을 발굴하고 확장해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