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5개월 기관사가 운전?…국토부, 코레일 안전체계 개선

지난 해 11월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궤도 이탈 사고 현장
지난 해 11월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궤도 이탈 사고 현장

사망사고까지 이어지고 있는 철도 사고에 정부가 코레일 내 '안전 부사장' 신설과 첨단 유지보수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4조 2교대 근무체계는 안전도 평가를 거치거나 3조 2교대로 환원하도록 하는 한편 신입직원만 현장에 투입하는 운영체계 개선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4명의 작업자가 사망하고 세 차례 궤도이탈 사고가 일어나는 등 대형 철도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오던 철도사고가 지난 해 급증함에 따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SRT와 무궁화호 사고의 경우 궤도 틀림이 빈번히 검측됐는데도 보수를 지연하거나 누락하는가 하면, 한강철교 사고에서는 경력 5개월된 기관사가 운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제는 기능 분산으로 운행 장애시 컨트롤타워 역할이 어렵고 안전보다 열차 운영을 더 우선시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국토부는 철도 관제와 유지보수 국토부 환원 등을 정책 연구 중으로, 체계 개편 전 안전 기능을 위해 코레일 내 안전 부사장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해 인력 위주의 구시대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개선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비슷한 이탈리아와 비교해도 철도 유지보수 장비 사용률이 4분의 1 수준이다. 국토부는 도보 점검을 원격감시, 검측 차량 등으로 단계적으로 대체하는 '스마트 유지보수 마스터 플랜'도 하반기에 수립한다.

선로 내부 결함을 파악하는 초음파 검사차량(1→3대)과 초음파 검사기(70→85대) 등을 확충한다. 레일 연마를 통해 선로 사용기간을 33%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레일 연마차 2대와 연마기 18대 등의 첨단장비를 2025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오봉역이나 태금역 등 사고 우려가 있는 20개 역에서 수동으로 취급하던 선로 전환기는 관제센터에서 작동시키는 자동으로 전환한다. 궁극적으로는 작업자가 원격으로 기관차를 제어하는 무선 입환시스템을 도입한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제작사의 정비참여를 활성화하고, 제작, 정비, 운영 간 명확한 사고책임 분담기준도 마련한다. 차량 바퀴 결함을 선제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입체초음파탐상장비도 상반기 중으로 8대 도입하는 등 첨단 장비를 확대한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없이 도입된 4조 2교대 근무체계도 손질한다. 국토부는 안전도 평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4조 2교대로 변경하거나 당초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3조 2교대제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업무량이 많은 역사에 중견직원과 신입직원이 균형있게 분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경험이 많은 중간관리자가 부역장, 역무팀장 등 현장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선호도가 높은 여객전무의 직급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한다. 신입직원의 경험 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입직원의 현장교육도 확대한다. 한강철교 사고에서는 5개월 경력 기관사가 운전을 하고 13개월 경력 기관사가 견인을 하다보니 연결이 지연돼 2시간 가량 멈춘 일이 있었다. 산본역에서도 1년 미만 기관사가 역주행을 하는 사고도 있었다.

국토부는 철도안전 강화대책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주요 10대 과제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철도안전 강화대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면서 “철도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