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면세점 CDFG·듀프리, 인천공항 면세 입찰 '관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구역 전경.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구역 전경.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외국계 기업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글로벌 1위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관심을 보이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CDFG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입찰가를 높일 경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접수가 1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뜨거운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12일 개최한 입찰 설명회에 참가한 기업은 총 13개사였다. 대기업은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과 CDFG였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경복궁·그랜드관광·씨티플러스·동화·부산·대한항공씨앤디·다온에프앤이 등 국내 기업 7개사와 스위스 기업 듀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CDFG가 국내 입찰전에 모습을 내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DFG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세계 최대 면세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93억6900만유로(약 12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렸다. 하이난 면세 특별 구역을 중심으로 중국 내 다수의 국제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인천공항 입찰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달라진 사업 조건 때문이다. 이번 입찰부터 사업 기간이 기본 10년으로 늘어나는 데다 임대료 체계도 여객 수에 비례 적용, 부담이 누그러워졌다. 한때 세계 매출 1위를 지키던 인천공항의 브랜드 가치도 높게 평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CDFG의 관심은 업계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2001~2007년 입점한 홍콩 DFS가 유일한 외국계 면세점이었다. 브랜드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임대료 부담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자금력이 풍부한 CDFG가 실제 입찰에 참여할 경우 낙찰 공산은 높아진다. 코로나19 기간에 실적 타격을 받은 국내 면세점과 달리 CDFG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워 입찰가를 높게 써 낼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정우 경희대 명예교수는 “CDFG 입장에서 한국시장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 브랜드 가치를 더욱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국내 면세 매출의 80%가 중국 관광객인 만큼 연착륙 가능성도 짙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면세 사업권 또한 듀프리가 변수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 사업권은 2개로 줄어든 대신 매장 규모가 커지고 품목도 전반에 걸쳐 확대됐다. 듀프리의 경우 국내 기업과 합작한 법인을 내세워 김해국제공항에서 면세 사업을 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국내 사업 경험이 있는 만큼 입찰에 참여할 경우 고점을 받을 공산이 높다.

관세청은 외국계 면세점도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우리 면세점이 해외에 진출하듯 외국계 면세점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서 “공정 경쟁을 원칙으로 기준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