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이른바 3고 위기로 4분기 들어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000억원 이상 대형펀드 결성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벤처투자조합 결성실적 집계 결과 총 10조7286억원의 신규 펀드가 결성됐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대비 1조2308억원(13%) 늘어난 수치다.
분기별로는 연말로 갈수록 증가세가 둔화됐다. 결성액은 전년과 비교해 1분기 68.1%, 2분기 46.5%, 3분기 3.3% 늘었다. 그러나 4분기 결성액은 전년 대비 13.0% 줄었다. 3고 경제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벤처펀드 결성에도 영향을 줬다.
10조원이 넘는 벤처펀드 가운데 민간자금만으로 조성된 펀드 비중은 40.7%까지 증가했다. 2018년 20.0%에 비해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결성 금액 기준으로는 2018년 9695억원에서 2020년 1조349억원, 지난해는 4조365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에 모태펀드가 출자한 벤처펀드 비중은 2018년 58.2%에서 지난해 36.0%로 크게 줄었다. 벤처투자시장이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출자자 기준으로는 금융기관과 연금·공제회가 출자액을 크게 늘렸다. 금융기관의 지난해 벤처펀드 출자액은 2조4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9% 증가했다. 전체 출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6%로 전년 대비 4.3%P 늘었다. 개인을 제외한 민간 부문 대부분이 출자액을 늘렸다.
개인 출자액 감소는 3고 현상에 따른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1년까지만해도 매분기 증가하던 개인 출자액은 지난해 완전히 반대로 뒤집혔다. 지난해 1분기 개인 출자액은 5526억원에서 4분기 1808억원으로 급감했다.
1000억원 이상 규모 대형 벤처펀드도 지난해 크게 늘었다. 총 4조4835억원이 1000억원 이상 규모 벤처펀드가 결성한 금액이다. 지난해 전체 벤처펀드 결성 금액의 43.7%를 차지한다. 특히 이 가운데 1조3917억원은 모태펀드나 정책금융기관 출자 없이 전액 민간자금으로 출자액을 조달했다.
300억원 미만 중소형 펀드 결성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100억원 미만 펀드는 2021년 6829억원에서 지난해 6478억원으로, 100억 이상 300억원 미만 펀드는 2조6256억원에서 2조1960억원으로 각각 5.1%, 16.4% 감소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신규 펀드 결성 실적을 기록했지만 벤처투자업계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 신규 벤처투자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벤처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이어왔지만, 상반기 대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4분기 투자는 전년 대비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중기부는 이달 말 지난해 벤처투자 실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영 장관은 “3고 위기에도 한 해 동안 10조원이 넘는 벤처펀드가 결성된 것은 그간 우리가 일군 창업·벤처 생태계의 견실함을 보여준다”면서도 “복합위기 장기화로 벤처펀드 결성 역시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