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과 협력해 확정일자가 다음 날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악용해 대출을 받는 문제를 해결한다.
국토교통부와 우리은행, 한국부동산원은 18일 확정일자 정보 연계 시범사업 업무협약(MOU)을 서면으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저당권 설정 등의 등기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반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 임대인이 임차인 전입신고 당일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으면 임차인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앞으로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확정일자 등을 확인해 전세사기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부동산원은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과 우리은행 간 전용망 연계를 통한 확정일자 정보 제공 관련 테스트를 1월말까지 진행한다. 30일부터는 전국 우리은행 710여개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청인(임대인)의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 대출심사 과정에서 담보 대상 주택의 확정일자 정보를 확인해 대출을 실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그간 대항력 익일 발생으로 인한 문제 해소를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임차인의 보증금 피해가 근절되고,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도가 조속히 정착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빌라왕' 피해 사례처럼 임대인이 사망했을 때에도 세입자가 신속하게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법무부·국토교통부 합동 법률지원 TF는 임대인의 비협조나 사망 등으로 인해 임차인들이 적시에 임차권등기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한다.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쳐야 한다. 임대인 사망 후 상속관계가 정리되지 않거나, 임대인의 주소불명, 송달회피 등의 경우에는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기 어렵다. 상속인 명의로 대위상속등기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2.98%에 달하는 취득세도 내야 하고 절차도 번거롭다. TF는 이를 하지 않고도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새 법이 시행되면 법원의 임차권등기 명령 후 거쳐야 했던 임대인에 대한 고지 절차가 없어진다. 임대인에게 임차권 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 등기가 이뤄질 수 있게 된다.
한편, 국토부·검찰·경찰은 이날 '전세사기 대응 협의회'를 열어 전세사기 수사 초기부터 정보를 공유해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시행하고 7대권역 검·경 핫라인도 구축키로 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