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한국 상표권 등록에 제동이 걸렸다.
슈프림의 상표권 등록을 반대하는 이의신청이 연이어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의신청 심사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년 넘게 상표 등록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슈프림 상표 등록 관련 이의신청이 4건 접수됐다.
슈프림을 운영하는 챕터4 코프는 지난해 9월 2일, 특허청으로부터 슈프림 상표권 출원 공고를 받았다. 출원공고는 심사 결과, 상표 등록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고지된 날로부터 2개월간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표권이 등록된다.
이의신청은 10월 31일 접수됐다. 사유는 △식별력 부족 △선행 등록 상표와 유사성 등이다. 이의신청 근거로 제시된 선행 등록 상표는 15개다.
이의신청인 의견은 '슈프림이 상표로 구분할 만큼 식별력이 없고 슈프림 상표가 이미 등록돼 있다'로 요약된다.
챕터4 코프측은 선행등록된 상표권 중 상당수가 현재 상표로 사용되지 않거나 슈프림 상표와 유사할 뿐이라며 이의신청의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챕터4 코프측 대리하는 특허사무소 관계자는 “슈프림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이고 최근 특허청도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했다”며 “식별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의신청 근거로 제시한 상표를 보면 슈프림과 유사한 것이 상당수”라며 “슈프림 상표권이 등록되면 유사 상표로 영업을 할 수 없을 공산이 커짐에 따라 방해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의신청 결과와 별개로 슈프림 상표 등록은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의신청 심사 대기 기간은 약 13개월 이상이다. 조기 심사 등 별도 패스트트랙 절차도 없다.
슈프림의 한국 진출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슈프림은 세계에 15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매장을 한국에 오픈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표권 등록에 난항을 겪으면서 한국 진출 시기도 특정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상표권 등록을 둘러싼 슈프림의 수난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슈프림은 지난 2013년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으나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2018년 재도전에 나서 지난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아 심사를 통과했지만 이의신청에 발목을 잡혔다.
한 상표등록 전문 변리사는 “한국에서 슈프림 상표 등록이 지연되는 사이 유사 상표가 다수 등록됐고 관련 상품도 아무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사 상표와 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변리사는 또 “상표권 등록시 이의신청 절차는 필요하지만 앞선 심사 과정과 연계해 이의신청 사유를 빠르게 심판할 수 있다면 조기 심사 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경쟁사나 유사 상표권자가 이의신청을 빌미로 상표권 등록을 지연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만큼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