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핀테크 업계는 인슈어테크가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꼽는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과 연계한 보험 중개 서비스는 빅테크의 보험업 참여를 유도하고,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영향력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사의 반대에 부딪혀 도입이 늦어지고 있지만 변화한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가 하세월이다. 이 서비스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걸 말한다. 지금까지는 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보험다모아'나 금융당국이 만든 '금융상품한눈에' 등에서 단순 비교 상품만 볼 수 있었다면 인슈어테크 보장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부족한 보험을 추천하거나 중복 가입된 보험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최적의 보험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소비자에 이득이지만 보험사는 플랫폼에 종속돼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가 내놓은 보고서는 서비스 도입에 대해 “빅테크의 금융상품 중개시장 진입은 전통적 금융체계로 인한 규제차익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시장경쟁·금융안정성·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아직까지 잠재돼 있던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표출시켜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인슈어테크를 기반으로 한 보험 중개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빅테크와 기존 보험사의 대립으로 스타트업의 고사를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절충점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국에선 대표 온라인 중개 플랫폼들을 너드월렛, 머니슈퍼마켓, 모조 등 중소 규모 핀테크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빅테크는 아직까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21년 11월 금융서비스중개업 도입을 통해 단일 사업자가 여러 금융사 금융상품을 비교·중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역시 중소형사만 참여 중이다. 라인, 야후 재팬, 라쿠텐 등 빅테크 또는 그 자회사는 금융서비스중개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라이선스 없이 광고 대행 형식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금융사에 연결하는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주도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금융상품 중개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우선 핀테크 스타트업에 문호를 개방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보험사가 스타트업 역량을 키워준 뒤 추후 빅테크 진입을 허용하면 보험사, 스타트업, 빅테크 간 합종연횡으로 중개시장을 비롯한 인슈어테크 전반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