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변만으로 현장에서 빠르게 암 진단

재료연, 현장형 조기진단 센서 개발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 증폭과 스트립형 소변 센서를 이용한 암 진단 모식도.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 증폭과 스트립형 소변 센서를 이용한 암 진단 모식도.

한국재료연구원이 소변 분석으로 암을 진단하는 현장형 신속 암 조기진단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원장 이정환, 이하 재료연)은 정호상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연구팀이 노준석 포스텍 교수, 최삼진 경희대 의대 교수와 소변 내 대사체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스트립형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스트립형 소변센서는 소변을 소량(10uL)으로 용적한 후 빛을 조사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한다. 스트립형으로 현장에서 신속하게 고감도로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고, 센서 생산단가도 개당 100원 이하로 가능해 대량 검사에 유용하다.

공동 연구팀은 암 환자 소변과 정상인 소변 내에 존재하는 대사체 구성성분의 차이에 주목했다. 체내에 암세포가 증식하면 비정상적 물질대사로 인해 정상인과 다른 대사체가 소변으로 분비된다. 기존에는 고가의 대형 장비가 필요해 현장 적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공성 종이 위에 산호초 모양의 플라즈모닉 나노소재를 형성해 소변 내 대사체 성분의 광신호를 10억배 이상 증폭하는 표면증강라만산란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에 소변을 용적하고 빛을 조사하면 암 대사체 신호가 센서 표면에서 증폭돼 암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획득한 분광 신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췌장암 환자를 99%까지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사용하는 다수 암 진단 기술은 혈액검사 또는 영상의학적 방법이다. 암 진단 후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주기적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진단하고 치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정기 검진과 조기발견이 어렵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와 미국에 특허 출원하고,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시작으로 대장암, 폐암까지 진단 가능한 암 종류를 늘려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호상 연구원은 “소변을 이용해 현장에서 보다 쉽고 빠르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현장형 신속 암 환자 스크리닝, 암 환자 치료 후 재발 모니터링 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연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 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 1월 9일자에 실렸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