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97형 올레드 TV의 8K 해상도 모델을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올레드 TV의 가장 큰 제품인 97형은 지난해 내놓은 4K급으로 유지하고, 8K 모델 출시 계획은 별도로 세우지 않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올해 98형 네오 QLED 8K TV를 플래그십 모델로 내세운 것과 비교해 LG전자는 초대형 TV의 해상도 경쟁에서 관망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97형 올레드 8K TV를 출시하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이달 초 열린 CES 2023에서 현재로서는 해당 제품 개발·출시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장 97형 올레드 TV 8K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은 없다”면서 “고객이 현재 판매되는 97형 올레드 TV 4K 제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보고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상도가 낮아 OTT 등 콘텐츠를 즐기는데 차질이 생긴다고 볼 수 없어 무의미한 해상도 경쟁보다는 무선 등 다른 편의성을 높이는 솔루션에 올해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LG전자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8K 해상도 경쟁을 주도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98형 네오 QLED TV 8K 모델을 플래그십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LG전자가 초대형 TV 해상도 경쟁에서 관망 자세를 취한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8K급으로 초대형 OLED TV를 내놓으려면 '전력소비량, 패널 수명, 가격' 등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LCD보다 전력소비량이 더 많은 OLED 제품이라 97형에 8K 해상도를 구현하려면 전격소비전력이 1500W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스탠드에어컨 전격소비전력에 가까운 수준이다. 유럽이 오는 3월부터 강화된 에너지효율(EEI) 기준을 8K TV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인 가운데 97형 올레드 8K 제품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와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힘든 제품을 출시할 필요성이 적은 것이다.
비싼 가격도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LG전자가 판매하는 88형 올레드 8K TV 가격은 4000만원 후반대다. 이보다 큰 97형이 나오면 적어도 5000만원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상으로 4K 해상도보다 4배 더 선명한 8K 화질을 구현하려면 OLED 패널이 더 많은 빛과 열을 내야하는 가혹조건이 될 수 있다. 패널에 사용된 유기물의 수명이 다하는 '번인' 현상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8K TV 대응 방침은 기술 문제보다는 시장 수요에 따른다”면서 “시장에서 97형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면 제품을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8K TV 출하량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2019년 118만5000대, 2020년 300만2000대, 2021년 365만900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약 390만대로 예상됐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