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속도 상승이 가파르다. 하지만 긴 충전 시간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 충전 신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차량 간 충전이 가능한 'V2V(Vehicle to Vehicle)' 급속충전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력이 풍부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는 V2V 급속충전 신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 간 전력을 나눠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환경을 제시한다. 단순히 V2V를 넘어 'V2X(Vehicle to Everything)'로도 충전 영역을 확장했다. V2X 기술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전력 변환, 협조제어 기술, 페일 세이프(Fail-Safe) 기능 등을 조합해 완성했다.
E-GMP 플랫폼을 적용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은 V2X 기술 중 하나인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제공한다. V2L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 에너지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통합 충전 시스템(ICCU)을 거쳐 별도 어댑터 없이 일반 220V 사양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3.6㎾ 전력을 공급하는 V2L 기능을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가정용 전력을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긴급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V2V 충전이 가능한 차량을 활용한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별도 제어기를 탑재한 서비스 차량으로 V2V 충전을 지원한다. 그동안 연간 8000건의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충전 환경 조성에 일조했다.
현대차는 새롭게 개발한 V2V 급속충전 신기술을 통해 기존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 방식을 개선했다. 신기술을 활용하면 162ℓ 방전 제어기를 서비스 차량 트렁크에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새 방전 제어기는 1.8ℓ 크기로 트렁크 활용도를 높인다. 기존 2000만원대에 달하던 개조비용도 400만원대로 축소해 비용까지 절감했다.
방전 차량이 도로 위에 있을 경우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길수록 사고 위험성이 커진다.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 표준 전력 제공량인 7㎾h 전기를 충전 시 기존 방식을 사용하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준 22분이 소요된다. V2V 급속충전 신기술을 활용하면 충전 시간을 4분으로 줄여 안전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
V2V 급속충전 기술은 충전기의 SECC(Supply Equipment Communication Controller) 역할을 수행하는 DPCM(Discharging Power transfer Communication Module)을 통해 완성됐다. SECC란 충전기에 설치한 통신 제어기로 충전 시 전기차와 충전기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처리한다. 해당 모듈은 전력을 공급하는 차량을 충전기로 인식하도록 한다.
현대차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에 V2V 급속충전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V2V 급속충전 기술을 탑재한 아이오닉5를 100대 추가 투입했다. 코나EV와 146대에 달하는 차량을 운용해 고객이 마음 편히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최근 도입한 EV 안심케어 서비스는 기업 간 거래(B2B) 전기차 전용 통합 케어 솔루션으로, V2V 기술을 활용한 급속 차량 충전은 물론 유리 세정과 차량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