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케이벤쳐스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 '인생네컷'을 서비스하는 이노비즈기업이다. 이제는 완전히 잊힌 줄 알았던 스티커 사진을 다시 소환, MZ세대 사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첫 직영점을 낸 이후 5년 만에 매달 약 230만명, 연간 2760만명이 방문하는 셀프스튜디오 업계 최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셀프스튜디오, 이른바 즉석사진 업계는 2000년대 이후 줄곧 침체기를 겪어왔다. 한때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던 스티커 사진은 이미 낡은 유행이 됐다. 대부분 일본 제품이었고, 국산 키오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즉석사진관 역시 기업형으로 변하거나 속속 문을 닫는 상황이었다.
엘케이벤쳐스를 창업한 이호익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인생네컷 역시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권사진이나 증명사진을 찍는 무인 사진 부스에서 시작했다. 여러차례 자동판매기 사업을 시도하던 이 대표는 어느 더운 여름날 작은 자판기 앞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는 젊은 이용객을 보며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더운 여름에 철판 부스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좋아하며 사진을 찍는 젊은 고객을 보면서 새로운 놀이문화가 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아주 티끌같은 차이지만 인생네컷에 가면 더 즐겁게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어느새 고유명사처럼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익숙한 콘텐츠지만 차별성이 분명한 콘텐츠로 시장에 나온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 그는 인생네컷이 여타 즉석사진과 확실히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라이브뷰 기능을 더해 출력될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QR코드를 접목해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을 빠르게 포착한 셈이다. 꾸준한 차별화 결과 국내 설치된 지점 수만도 430개로 증가했다.
셀프스튜디오의 디지털 전환은 해외 고객까지 사로잡았다. 2019년 미국 맨해튼 1호점 개설을 시작으로 해외 9개 국가에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총 20개 국가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촬영 전 10초를 담은 타임랩스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프라인 기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결국 오프라인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는 만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행동양식에서 출발해 디지털 방식 놀이거리까지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생네컷의 기술적 차이는 명확한 타기팅에서 나왔다. 소비자와 밀접한 콘텐츠인 만큼 단순히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것보다는 결국 차별적 감성을 어떻게 줄 것이냐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셀프스튜디오나 키오스크에 엄청난 기술이 들어갔다고 하면 아마 주변에서도 웃을 것”이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지점을 명확하게 파악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꾸준히 기술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엘케이벤쳐스가 최근 주력하는 분야도 지속 연구개발(R&D)이다. 국내 셀프스튜디오 시장 70%를 차지하는 만큼 기술 차별화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이미 카메라 조리개 및 셔터 선택 알고리즘, 사용자 및 배경별 차별화된 화이트밸런스, 노출, 색감 실현기술 등 비대면 촬영기술을 키오스크에 적용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원격 시건장치, 스마트 플러그를 활용한 스튜디오 통합 지능형 전원관리 프레임워크 등 프렌차이즈 모델 확장을 위한 비대면 무인 매장 관련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촬영 화각 내에 특정 아티스트나 연예인 사진을 넣어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서비스 '위드프레임'을 협력 엔터테인먼트사에 공급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상공간 촬영기술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진 필터 와 메타버스까지 다양한 놀이 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엘케이벤쳐스는 인생네컷뿐만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고품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셀프스튜디오인 '포토드링크'는 홍대나 이태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맹점이 늘고 있다. 포토드링크에서는 네온이나 빔 프로젝터 등 다양한 조명기술을 활용해 마치 모델이나 연예인 화보 같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포토스튜디오 '견생네컷'도 올해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 인터뷰 이호익 대표
-창업 계기는.
▲자동판매기 사업을 하던 중 젊은 친구들이 즉석사진기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봤다. 처음에는 서울·경기지역 총판으로 시작했지만 곧 회사를 인수했다. 여타 즉석사진과 차별화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홍대나 이태원에서 아주 미세하게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 중요했다고 본다. 차별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성공 비결이다. 즉석사진기 한 대, 두 대로 경쟁하던 시절에 '인생네컷'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보여주니 금방 입소문이 났다. 인생네컷이 물론 무인 셀프스튜디오 최초는 아니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원조라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생네컷 사진의 장점은.
▲처음에는 제각기 비슷비슷한 사진과 편의기술로 접근해 대동소이했지만 이제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여성들이 대부분 이용고객인데 다른 회사보다는 여심을 잡는 데 감성적으로 뛰어난 부분이 있다. 단순히 1년 유행에 그칠 수 있었지만 벌써 5년째 사업이 커지고 있다. 끊임 없이 고객과 소통하면서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과도 협업하며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한다.
-목표가 있다면.
▲상장이 목표다. 이미 프리A 투자도 유치했다. 우리가 과거에 스티커 사진을 찍으면서 놀이로 즐겼던 것처럼 셀프스튜디오가 새로운 놀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것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촬영을 하며 함께 즐기는 것은 더욱 적극적인 놀이 양식이다. 오프라인 행위를 온라인에서도 계속해서 놀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