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교사 주도 'AI 보조교사 시스템' 만들자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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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모든 시민에게 교과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평등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모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교육기회 평등을 구현한 것이다. 제한된 교육 재정을 활용해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지만 2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대량생산 체제 공장과 유사한 '대량교육 체제'(mass education system)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당시 과학적 관리론을 공장에 적용해 컨베이어 벨트와 표준화한 공정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완성했다. 동일 생산 공정을 반복하는 '표준화', 각자 자신이 맡은 부분만 담당하는 '분업화', 자기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전문화'를 구현한 것을 '포디즘'(Fordism)이라고 하는데 이를 학교에도 적용한 것이다.

학교 시스템에서 포디즘의 표준화는 국가교육과정과 학년제 형태로 구현됐고, 분업화와 전문화는 관료제 형태로 학년 및 교과에 따른 업무 분장으로 적용됐다. 교육의 원형(Prototype)은 학습자의 개인별 소질과 적성에 맞는 학습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량교육 시스템에서 이러한 교육의 본질이 상당히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

표준화한 교육과정은 학습자 수준이나 속도와 무관하게 연령에 맞도록 규정됐다. 학생은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이 조립되듯 1년 단위로 진급과 진학을 하게 된다. 중요한 문제는 대량교육 시스템에서 학습 주체인 학생이 교육 대상, 즉 객체화된다는 것이다

근대식 학교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 운영은 평균을 지향하고 있다. 학습 내용·속도·방법은 평균적 학생을 가정하고 구성돼 있다. 학생이 모두 다른데 평균적 신체 사이즈로 맞춘 옷을 모두에게 입도록 한다면 모두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되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실제 교육과정이 평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모두에게 맞지 않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교에서 많은 학생이 매시간 이뤄지는 수업 과정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혁신하려는 노력이 지속됐지만 개인별 맞춤형 교육의 구현은 제한된 교육 재정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학교를 평균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이터치 하이테크(HTHT) 교육의 방향

효과적으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에서의 첨단 기술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ITS(Intelligent Tutoring System)는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ITS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할 수 있다. 개인별 데이터를 분석해서 학습자 수준을 진단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지원하게 된다. 벤저민 블룸 완전학습 모형에 기반을 두고 학습자에게 필요한 시간과 경로를 추천하는 것이다.

ITS 원리를 적용한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의 역할을 보조할 수 있다. 교수자의 주요 역할인 '수업설계-교수-학습-평가-기록-피드백'의 과정에서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개별화한 교육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AI 활용 교육의 의미는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활용해 교수자가 주도해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서비스 시나리오. (출처: 정제영 외(2022).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과제 발굴 연구.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서비스 시나리오. (출처: 정제영 외(2022).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과제 발굴 연구.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AI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은 학생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 학습, 즉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에듀테크 산업 분야에서 개발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는 AI 활용 교육 시스템은 학생 수준에 맞춰 성공할 때까지 학습을 지원한다.

AI시대 미래 교육은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해 지식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 러닝(Hybrid Learning)으로 정의할 수 있다.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되 창의적 교육은 교사 주도로 학생들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교사와 함께하는 하이터치(High Touch) 교육,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한 하이테크(High Tech) 교육 결합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하고 각자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바로 미래 교육의 지향점이다.

◇교사들이 원하는 AI 보조교사의 역할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는 지난해 교사들이 원하는 AI 보조교사 역할에 대해 전국 중·고등학교 교원 300명을 대상으로 서베이했다. 교사들이 생각하는 중요도와 현재 수준의 응답에 대해 보리치(Borich) 요구도 분석을 시행한 결과 '피드백 자료 구성 및 활동 지원'(1.8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행정업무 지원'(1.76), '학습 평가 활동 지원'(1.71), '학생 평가 결과 기록 지원'(1.48), '수업 활동 지원'(1.44) 순으로 요구도가 높게 나타났다. 피드백 자료 구성 및 활동 지원 영역 내에서는 '학생별 피드백의 반영 여부 확인 및 모니터링' '위기학생에 대한 처방 제공' '기초학습 수준 미달자에 대한 처방 제공' 등이 높은 요구도 수준을 보였다.

교사가 원하는 AI 보조교사. (출처: 정제영 외(2022).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과제 발굴 연구.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교사가 원하는 AI 보조교사. (출처: 정제영 외(2022). 미래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과제 발굴 연구.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

일반적으로 ITS 역할이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인식되고, 많은 ITS가 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연구는 ITS가 학교에 적용하는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기존 ITS와는 다른 서비스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보여 준다. 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학교에 적용할 시스템을 설계할 때 반드시 교사가 주체가 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의 현실적 요구 사항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교육을 주도하는 교사의 변신

미래 교육을 주도해야 하는 주체인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는데 이에 따라 전문적 역량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Expert)가 AI 기술로 대표되는 첨단 분야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이를 'AI 분야 역량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X with AI'라고 지칭한다. 교사는 해당 교육 분야의 내용과 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육전문가(EX; Educational Exper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AI 등 첨단분야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AI 분야 역량을 갖춘 교육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EX with AI'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교사가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갖추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을 설계하고, 수업 중에 개별화된 지식 이해와 전달 및 평가에서 개별화한 분석과 평가 결과의 정리, 맞춤형 평가 결과의 기록을 위한 기초 자료 생성, 학생별로 필요로 하는 피드백 제공에서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인간 주인공이 아이언맨 옷을 입게 돼 신체적으로 강한 파워를 지니게 된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AI 비서인 '자비스'로부터 인지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언맨은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교사도 AI 보조교사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이상적인 교육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jychung@ewha.ac.kr

〈필자〉

정제영 교수는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미래교육 전문가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4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에서 사무관과 서기관을 거치며 교육정책 기획과 집행 역할을 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해 교육학과장, 호크마교양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학의 기획처장으로 있으면서 대학 혁신을 위한 기획·평가·예산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지정한 창의교육거점센터장직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