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면세업계의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요청을 거절했다. 최근 여객 수요 회복세, 인천국제공항공사 누적 적자 등을 고려했을 때 감면을 위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신세계면세점 등 기존 사업자 임대료 부담이 현실화 되면서 내달 신규 사업자 입찰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중소중견면세점연합회(그랜드·경복궁·시티)가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답변했다. 앞서 지난 12일 업체들은 여객 수요가 2019년 대비 80%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감면 조치를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토부는 답변을 통해 감면 연장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 임대료 감면 연장 당시 정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국토부는 임대료 감면 조치를 12월까지 연장하되 1월부터는 여객 수요와 관계 없이 감면 조치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면세점만 지원을 연장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공항·시설 사용료는 물론 무착륙 관광, 면세 한도 상향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한 내용도 담겼다. 지난달 기준 여객 수요가 지난 2019년 대비 53% 수준까지 회복된 점도 거절 사유로 제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객 수요 80% 회복에 대한 조건은 지난해 6월 연장 당시 없어졌다”며 “면세점과 공항공사 간 계약이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업체들은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이달부터 최대 5배에 가까운 고정임대료를 다시 내야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평균 45억원 안팎 수준이었던 월 임대료가 올해 220억원까지 오른다. 중소 면세점인 그랜드면세점 임대료도 2억원에서 약 10억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월 매출액을 상회하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3년 가까이 이어진 팬데믹 여파로 운영 한계에 봉착해 있다”며 “현재도 면세품 재고 내수 판매제도, 고용지원금 연장 등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입찰 흥행을 위해서는 업계 후발 주자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8월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2025년 8월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고정임대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매장 출점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탄원서 제출이 인천공항공사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2018년 인천공항 T1 사업구역 입찰공고 당시에도 인천공항공사는 가장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롯데면세점을 탈락시킨 바 있다.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평가였다는 분석이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