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10개가 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플랫폼도 눈에 띈다. 서비스 차별화 경쟁과 함께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30여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개가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월 메듭을 시작으로 닥터온, 메디버디, 온닥터, 우주약방, 모비닥, 룰루메딕, 텔레메디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모바일 진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던 굿닥과 똑닥도 지난해 초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추가했다. 비대면 진료나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비대면 문진, 원격상담, 만성질환관리 등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까지 합치면 수는 더 많아진다.
최근 어려운 투자 환경 속에서도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해 6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굿닥 역시 지난해 5월 2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메디르가 66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 지난해 10월에는 나만의닥터 운영사 메라키플레이스가 62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이보다 앞서 엠디톡 운영사 엠디스퀘어도 2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룰루메딕은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공 업체가 급증하고 투자 유치도 활발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또 한시적 허용 상태라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법제화를 통한 사업 지속 가능성 확보의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제화 기류가 예측되면서 지난해 10개가 넘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생겼고, 대기업 투자를 받은 회사도 많아지면서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30년 동안 갇혀 있던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진전되면서 업계 내부적으로 전향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2020년 2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3500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면서 안전성 검증도 이뤄졌다. 그동안 반대 입장을 밝힌 의료계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업계는 올해 서비스 경쟁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전문 비대면 진료를 표방한 썰즈,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벨라, 지역 기반 서비스로 차별화한 메듭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는 곳도 늘고 있다. 동시에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는 서비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모두약이 서비스를 중단했고, 마이리틀클리닉은 현재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다. 국내에서 첫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작한 닥터히어는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해외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