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 이용대가 입법 속도내야

[사설]망 이용대가 입법 속도내야

유럽연합(EU)이 다음 달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개한다. EU는 회원국의 의견수렴을 거쳐 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으로 불거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이용계약 공정화 논의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EU에 앞서 미국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당장 2월 말 개막하는 MWC 2023에서는 공정한 망 이용 대가 지불 문제가 글로벌 어젠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선점한 이슈가 글로벌 화두가 됐다는 점에서 뿌듯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EU와 달리 국내에서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오랫동안 표류하고 있어 씁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발의한 망 이용 대가 계약 관련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입법을 위한 1차 공청회도 열렸다. 그러나 구글이 여론전에 들어간 이후 갑론을박이 제기되며 논의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주요 의원이 이달 초 망 이용 대가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하는 등 변화의 조짐은 반갑다. 국내외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명분도 충분하다. 국회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미국과 EU의 입법 행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발의된 법안을 바탕으로 입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글로벌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도 확대해야 한다. 미국·EU와 공조할 게 있으면 공조해야 한다.

공정한 망 이용과 관련해 미국과 EU를 아우르며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선도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