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 입자들이 쌍을 이뤄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박혁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연구위원(UNIST 물리학과 교수)과 쯔비 틀러스티 그룹리더(UN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이 이를 발견했다. 그동안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진 일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여러 특이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서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고체나 액체와 같은 물질은 구성 입자 간 거리가 가까워 상호작용이 강한데,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는 특히 구성 입자들이 서로 뭉치는 독특한 집단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준입자'라 한다. 쿠퍼쌍(전자 2개가 쌍을 이루는 현상), 엑시톤(전자와 정공의 결합체), 포논 등이 준입자다.
과학자들은 구성 입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거시세계에서는 준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IBS 연구진이 이에 반대되는 일을 확인했다. 아주 얇은 미세유체 채널 내 콜로이드(불용성 물질이 다른 물질·용액에 분산된 혼합물) 입자로 이뤄진 입자계에 주목했다. 액체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자가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쳐 서로 짝짓는 것을 발견했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으로 뉴턴 제3법칙(작용·반작용의 법칙 :상호작용하는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을 깬 것”이라며 “두 입자가 받는 유체역학적 힘 크기와 방향이 같아 쌍을 지어 한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체역학적 포논, 양자물질에서만 관측되던 플랫 밴드(준입자에 따른 특정 에너지띠 구조)도 발견했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역학으로만 설명되는 여러 가지 현상이 고체뿐만 아니라 생명 물질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물질에서도 준입자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과학기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피직스에 27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