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만 살아남은 찝찝한 기시감의 초창기 할리우드…영화 '바빌론'

영화 ‘바빌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바빌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초창기 할리우드의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모습을 불쾌하게 담아낸 영화 '바빌론'.

‘바빌론’은 1920년대 후반 무성흑백영화에서 유성컬러영화로 넘어가는 할리우드의 격동을 최고의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 분), 벼락스타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분), 열정적인 청년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분)를 중심으로 풀어낸 영화다.

영화는 초반 멕시코에서 온 열정적인 청년 마누엘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영화계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그는 코끼리를 운송하는 등 파티의 온갖 잡일을 맡는다.

매니는 파티장 입구에서 서성이는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가 파티에 참석할 수 있게 도와주게되고, 탁월한 재능을 가진 넬리는 파티에서 영화 관계자 눈에 들어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잡일에만 만족해야 했던 매니 역시 술에 취한 잭을 집에 데려다 준 것을 계기로 영화산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영화는 188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워 쉴틈없이 흘러간다. 졸고 있는 관객 앞에 박수를 치며 깨우듯 예측불허의 캐릭터들이 날뛴다.

특히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본 투 비 스타인 ‘넬리’처럼 마고 로비는 스크린을 압도하고, 브래드 피트는 ‘잭’의 캐릭터와 융화돼 시대가 끝난 배우의 허무함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시적인 눈빛 안에 꿈 많은 청년이 보였다”고 극찬한 디에고 칼바는 신인 배우임에도 극의 스토리텔러 역할을 완벽 소화했다.

하지만 셔젤 감독과 저스틴 허위츠 감독이 다시 만났다고 해서 ‘라라랜드’의 할리우드 버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음악은 훌륭했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에 시선이 넘어가 노래를 즐길 틈이 없다. 이미 넘치는 자극에 음악까지 꽉 채워 몹시 피로하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로 분류된다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드라마 장르같은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된다. 영화 내내 블랙코미디가 난무하는데 섬뜩하고 씁쓸하다.

영화 '바빌론'은 내달 1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러닝타임은 188분. 청소년 관람불가.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