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인 '항커커지'가 SK온과 포드 합작사에 장비를 공급한다. 미국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중국 장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미·중 갈등 속 공급을 따내 주목된다. SK온과 항커의 협력 관계도 눈길을 끈다.
중국 항커는 최근 공시를 내고 블루오벌SK 배터리 장비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블루오벌SK는 SK온과 미국 포드가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다.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전기차 100만대 분량(90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으로, 여기에 들어갈 장비 공급사들을 최근 선정했다.
항커는 블루오벌SK에 화성 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은 배터리에 전기적 에너지를 부여해 활성화하는 공정이다. 항커는 배터리 포메이션(활성화 공정), 그레이딩(용량검사) 장비 등을 만들고 있으며 CATL·에스볼트 등 중국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며 성장했다.
항커 수주에 관심이 쏠리는 건 미·중 기술 다툼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차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는 물론 소재 사용도 제한할 정도로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도 미국 진출을 추진했지만 부지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온과의 협력 관계가 확대돼 주목된다. 항커는 앞서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에 화성 장비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조지아 공장에서는 미국 포드와 유럽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생산되는데, 조지아 공장에 이어 블루오벌SK까지 SK온의 주요 장비 협력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검증된 성능이 블루오벌SK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항커가 미국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한국 내 장비 생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항커는 국내 법인을 세우고 장비 제조에 필요한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커가 SK와 한국을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양상이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