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뚫고 상장 재시동 거는 벤처투자 업계

혹한기 뚫고 상장 재시동 거는 벤처투자 업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벤처투자 업계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연초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상장 시점을 엿보던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도 본격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향후 공모시장 투자심리도 크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2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다음달 16~17일, LB인베스트먼트는 다음달 23~2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공모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두 회사 모두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해 줄곧 약세를 보이던 증시가 반등하면서 그간 미뤄왔던 상장 절차에도 속도가 붙었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VC와 액셀러레이터 특성 때문이다.

실제 새해 첫 IPO 주자로 주목을 끌었던 한주라이트메탈은 희망가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시초가도 공모가 대비 32.7%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이달 들어 수요예측을 실시한 IPO추진 기업 6개사 가운데 절반이 희망가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기업 대다수가 희망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서 공모가를 정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음달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두 회사 모두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희망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역력하다. LB인베스트먼트는 희망공모가액 구간을 4400~5100원으로 잡았다. 주당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37.85~27.79% 수준이다. 지난해 상장사 평균 할인액 대비 큰 폭이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한 보수적 평가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LB인베스트먼트는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1조원이 넘는 업계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 VC다.

L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투자 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만큼 갭(gap)을 두고 기업가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기업가치 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26일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다. 희망공모가액 산정 방식을 수정하기 위해서다. 비교대상 기업군을 다시 추리고, 자기자본 투자 기업 현황도 재정리했다. 향후 수요예측에 참여할 기관투자자에게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액셀러레이터는 투자자산 대부분을 사모펀드나 벤처펀드 등 간접투자방식으로 운용해 관리·성과보수를 취하는 VC와 달리 자기자본 투자 비중이 크다. 특히 액셀러레이터 업계 첫 상장 도전인 만큼 기존 VC와 차이점을 강조하고 컴퍼니빌딩과 IT플랫폼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모델 성장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꼽힌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별개로 VC와는 다른 액셀러레이터만의 사업모델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과제”라면서 “다음달 있을 두 회사 수요예측 결과에서 시장참여자들이 IPO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혹한기 뚫고 상장 재시동 거는 벤처투자 업계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