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달러보험을 두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기존 판매회사는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고, 지난해 고환율로 출시를 미뤘던 한 생보사는 본격 출시 검토에 나섰다.
지난해 145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이달 들어 급격히 떨어지더니 1220~1230원대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을 모두 달러로 하는 상품이다. 연금이나 종신보험 두 가지 형태로 판매 중이고 10년 이상 장기 가입하는 저축성 상품이다. 만기 때 환율이 높으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주로 판매한다. 국내 생보사 중엔 KB라이프(옛 푸르덴셜생명)를 비롯해 삼성생명 등이 판매 중이다.
당분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달러보험을 판매 중인 외국계 생보사와 국내 생보사는 고객을 늘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고환율로 인해 납입 월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가입자들이 대거 해약에 나서면서 신규 고객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고객 받기를 꺼리고 있다. 환율 변동성에 따라 가입과 해약을 반복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자 아예 고액 자산가 유치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달러보험을 판매 중인 생보사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고객보다는 자산관리(WM)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달러를 보유하고 유학, 사업 등 달러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난해 '강달러'에 달러보험 출시를 보류했던 생보사는 상품 출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올해 환율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달러보험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국내 생보사들은 달러보험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는 있지만 출시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외화 자산운용 능력이 낮을뿐더러 외국계 생보사가 장악하고 있는 달러보험 시장에 섣불리 나섰다가 참패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내 중형사 중 한곳인 신한라이프도 2021년 1월 달러보험을 출시했다가 지난해 6월을 끝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표]달러보험 개요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