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같은 선풍기 두 대가 있다. 대부분 기능은 같으며 디자인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하나는 대기업 상품, 하나는 중소기업 상품이다. 어느 것을 사겠는가.
가전제품이 고장 나서 제조사에 AS를 문의하니 “중소기업이라 AS가 안됩니다”라고 하면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중소기업 가전제품의 사후관리 부실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전제품 성능은 높은 기술력을 통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제품이더라도 대기업 제품과 기능적인 부분에서 많이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고가 대기업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차후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 즉 '사후관리 신뢰도' 때문일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 제품 주요 판매처이자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온라인몰, 홈쇼핑, 대리점 등에 있어서도 설치, AS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원칙상으로 AS 책임은 제조사에 있지만 소비자 항의는 구매처가 직접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수리받을 권리'를 강조하며 순환경제 핵심인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을 올해 구체적인 내용(보장 제품군 설정, 의무 부품 기한 기준 등) 마련과 함께 2025년 시행예정이라고 발표, 산업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후관리서비스가 보장되지 않는 가전제품 브랜드는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후관리 서비스 수준과 인프라를 살펴보면 자체적으로 너무 부족한 것은 물론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현격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전국 조직망 △제품, 부자재, 부품 물류시스템 △기술, 이론, CS 등 전문교육 △조직관리 전산시스템 △전문관리자 및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되는 AS 필수 기반요소를 자체 보유하기 위한 비용지출보다 당장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R&D와 생산, 판매에 더욱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수리가 필요할 때 AS 적용 여부는 물론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 악순환이 거듭된다.
시장의 현실적인 심각성을 인지한 중소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자체적인 준비가 어려운 기업들은 검증된 서비스 전문 대행 기업과 연계하고 이를 통한 협업으로 AS에 대한 부담을 해소함과 동시에 R&D와 생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사후관리 서비스 전문 기업과 협업하기에 앞서 이를 사전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앞서 말한 5가지 필수 기반요소의 역량과 보유 실적, 언론과 정부기관에서 평가하고 있는 부분 등을 함께 검토하면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AS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당장 이윤을 반감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할 수 있겠지만 제품이 사용되는 현장에서의 피드백, 소비자 반응 등을 수집할 좋은 기회가 되며 이는 결국 제품 QC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국내 가전 시장에서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 등 모든 기업의 사후관리 서비스 상향 평준화까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더욱 집중하고 이는 보다 양질의 기술력과 합리적 가격의 제품이라는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다. 모든 기업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되는 근간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천홍준 마이스터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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