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장으로 디지털 손보사가 4곳으로 늘었는데 실적이 부진할 뿐 아니라 업계 영향력과 금융혁신 존재감도 미미하다.
디지털 손보사는 총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 등 비대면 영업을 하는 보험사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본격 영업에 나선 카카오페이손보는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금융사기와 직거래 사기피해를 보상하는 '금융안심보험'만 판매하고 있을 뿐 시장에서 기대했던 생활 밀접 미니보험과 같은 신상품 출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격 영업 개시 전이긴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실적도 초라하다. 영업수익 11억원에 영업비용이 182억원으로 영업적자 17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70억원에 달했다.
기존 디지털 손보사도 적자 늪에 빠져있긴 마찬가지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인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 32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같은 기간 44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신한금융 산하 신한EZ손해보험은 1년 새 60억원에서 7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한화손해보험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가 384억원에서 482억원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가봐야 하지만 실적 개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들 보험사는 신생 보험사로 흑자를 기대할 건 아니지만 디지털전환(DX) 성과 면에서도 업계 영향력이 미미하다.
하나손보는 2020년 하나금융이 교직원공제회의 더케이손보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자동차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로 디지털 종합 손보사를 표방하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신한금융이 외국계 카디프손보를 인수해 디지털 기반 손보사로 새로 출범시켰다. 지난해 11월 KT를 2대 주주로 맞으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을 보험상품 개발, 마케팅, 사후관리 등 보험 업무에 접목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품 포트폴리오나 영업 방식 등에서 기존 대형 보험사와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캐롯손보가 상품 혁신에 나서며 업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운행한 만큼 자동차보험료를 낸다는 콘셉트로 지난해 3분기까지 보유계약실적이 98만여건을 기록했다. 지난 연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대형사 위주의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은 1%대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디지털 손보사를 표방하는 만큼 혁신적인 상품과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만이 보험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4곳 모두 작년 3분기 적자
1년 새 순손실 폭 더 커져
신기술 접목·미니보험 등
신상품 출시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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