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에 이어 생활 서비스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새해들어 무더기 가격 인상에 나선지 불과 한 달만이다. 생활에 밀접한 품목이 잇달아 인상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개월째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이라지만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2월 무더기 가격 인상…생수·간식·외식 값 고공행진
이달들어 생수부터 아이스크림, 과자 가격이 일제히 올랐고 햄버거·빵 등 외식 가격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제주 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는 이달부터 출고가격을 9.8% 올렸다. 이에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500㎖ 삼다수는 11.6% 오른 480원, 2ℓ 제품은 10.2% 오른 1080원에 판매한다. 생수업계 1위 브랜드인 삼다수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조만간 타사들도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점유율 2위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 출고가를 작년 12월부터 평균 8.4% 올렸다.
과자·아이스크림 등 간식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롯데제과는 지난 1일부터 제과·빙과류 일부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에 나섰다. 제과류 주요 제품으로 자일리톨 용기제품 중량을 기존 87g에서 100g으로 늘리면서 가격은 기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몽쉘도 기존 192g에서 204g으로 중량을 키우고 가격은 3000원에서 3300원으로 올렸다. 가나초콜릿과 목캔디는 1000원에서 1200원, 마가렛트는 3000원에서 3300원, 초코빼빼로와 꼬깔콘은 기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된다. 빙과류 주요 제품으로는 스크류, 죠스바가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되고 월드콘, 찰떡아이스, 설레임은 20% 오른 1200원이다. 나뚜루 파인트 제품 10종도 1만2900원에서 1만4900원으로 가격이 바뀐다.
빙그레는 메로나, 비비빅 등 대표 아이스크림 9종 출고가를 20% 인상했다. 이달부터 일반 소매점 기준 메로나, 비비빅을 비롯한 바 아이스크림 7종과 슈퍼콘 등 아이스크림은 기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0원씩 올렸다. 앞서 지난달 1일에도 일부 빙과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투게더는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붕어싸만코와 빵또아는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비싸졌다.
외식 물가 인상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햄버거 업계 1위인 롯데리아가 올 들어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섰다. 롯데리아는 이날부터 84개 품목 가격을 200~400원(평균 5.1%) 올렸다. 대표 제품인 불고기버거·새우버거의 경우 '단품' 가격이 4500원에서 4700원이 됐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도 지난 1일부터 메뉴 75종의 가격을 평균 9.1%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도 이날부터 '후레쉬식빵' '치즈소시지페스츄리' '고구마반생크림케이크' 등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린다. 전체 400여개 품목 중 약 20% 제품 가격 인상으로 후레쉬식빵(대)은 기존 3200원에서 3300원(3.1%)으로 치즈소시지페스츄리는 기존 2800원에서 2900원으로 오른다. 파리바게뜨의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먹거리 인상 언제까지…4월 주세 인상에 맥주값도 오르나
오는 4월로 예정된 주세 인상에 따라 주류 가격도 조만간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주세)은 ℓ당 각각 30.5원, 1.5원 오른다. 이에 따라 맥주는 885.7원, 막걸리는 44.4원의 세금이 붙게 된다. 그동안 주류업계는 주세 인상에 따라 맥주 출고가를 높여왔다. 앞서 지난해에도 주세 인상 발표 이후인 3월 오비맥주는 오비, 한맥, 카스 등 맥주 제품을 평균 7.7% 올렸고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와 하이트 등 맥주 출고가격을 평균 7.7% 인상했다.
정부가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물가 단속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정부는 작년 초부터 돼지고기·식용유 등 식품원료 7종 할당관세 인하와 물량 확대, 커피 코코아원두 수입시 부가세 면제, 단순가공식료품 부가세 면제 등 지원정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과 연초에 걸쳐 두 차례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다소 떨어졌지만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등 제반 비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과 주요 원자재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원가 비중이 커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제반 비용 상승 원인으로 꼽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이슈가 해결되지 않아 불확실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