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경남 창원에서는 전기버스에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됐다. 지난해 8월 경주에서도 달리던 시내버스에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대피하는 사고가 있었다. 시내버스 차량 사고가 잇따르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은 쉽지 않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더 어렵다.
빅데이터가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남 창원시가 협력해 국내 최초 구축 중인 빅데이터 활용 시내버스 안전관리 플랫폼이 진일보하고 있다.
이 사업은 차량에 센서를 부착,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예측해 사전에 안전 점검함으로써 사고 예방 및 승객안전을 도모한다. 시범 구축된 이번 플랫폼은 향후 시내버스의 각종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데 필요한 '블랙박스' 역할을 할 전망이다.
빅데이터 기반 시내버스 안전관리 플랫폼 구축사업 시작점은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사업비 5억원)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주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 컨소시엄과 창원시가 공동주관했다.
빅데이터 선도기업 더아이엠씨와 한스네트워크가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을 수행했다. 창원시 시내버스 30대를 대상으로 검사이력·차량운행행태 데이터 실시간 분석을 통한 안전 예측 모니터링 서비스를 진행했다.
사업성과가 가시화하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사업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간 국토교통 협력형 분석센터 구축사업(사업비 9억원)을 수행했다. 또 2021년 11월 과기정통부가 예산을 편성한 공공서비스 혁신 프로젝트 과제 공모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창원시 컨소시엄이 기획한 지능형 시내버스 안전 모니터링 및 예측 서비스 구축사업(사업비 23억원)이 지난해 1월 최종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사업을 수행했다.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에서는 압축천연가스(CNG)와 경유 시내버스만 대상이었지만 확대 사업에서는 수소버스와 전기버스 등 친환경 버스로 빅데이터 수집·분석 대상을 확대했다.
플랫폼은 차량 정비를 위한 센서 데이터 조회, 안전예측,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실시간 버스 위치 파악, 차량검사 이력, 운행행태 데이터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센서로 실시간(5초 단위) 수집한 후 분석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또 차량기술사 중심 전문가를 활용해 시내버스 고장 판정 기준을 수립하고 예지 정비를 위한 딥러닝 모델을 개발·적용해 차량 상태를 안전·주의·경고 등 3단계로 구분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동안 시내버스의 경우 차량 데이터가 없거나 그나마 수집된 데이터도 보관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기존 사고기록장치만으로는 사고원인 규명이 어려웠다. 게다가 차량 검사일과 검사일 사이에 발생하는 결함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검사대상이 아닌 장치는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구축한 플랫폼은 시내버스 차량 연비·전비 계산, 위험운전행동 모니터링, 통계 리포트 등 제공해 창원시와 운수회사의 시내버스 관리·점검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정재환 한국교통안전공단 AI모빌리티팀장은 “차량 모든 데이터가 수집·분석된다는 점에서 사업 초기 운수회사나 운전기사 반대도 있었지만 대중교통 안전성 향상에 따른 시내버스 이미지 개선 등을 강조해 참여를 유도했다”며 “이번 플랫폼을 경남도 전체로 확대하고 광주와 경기도 등 타 지자체에서도 도입 붐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서 데이터 분석·인공지능(AI) 모델 및 웹서비스 개발을 맡았던 더아이엠씨 전채남 대표는 “내연기관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시내버스 대상 AI 및 빅데이터 서비스가 공공서비스 혁신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참여 경험은 향후 친환경 및 자율차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 관련 후속사업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