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조작된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로 신창재 회장과 2대 주주인 FI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교보생명 기업공개(IPO)도 하염없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는 3일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치평가보고서 작성할 때 안진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판단을 한 것이지 FI의 일방적 지시에 의하지 않았다”며 “허위보고라는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했다.
검찰 측은 항소심에서 FI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회계사들이 가치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이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고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무죄 판결로 FI와 신 회장의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FI가 요구하는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가치평가보고서가 합법적으로 작성됐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FI가 당시 산정한 주당 가격 약 40만9000원을 재차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 회장이 FI 지분을 사들이면서 줘야 하는 금액만 2조원에 달한다. 2012년 당시 FI가 24%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설 때 투자한 금액은 약 1조2000억원이었다.
교보생명은 재판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주당 가격이 정당하다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교보생명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재판 결과가 FI와 안진이 공모해 산출한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제상사중재 판정에서 신 회장이 FI가 요구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FI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2차 중재를 진행 중임을 밝히며 “신 회장은 그동안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안진 평가보고서가 위법하다는 점을 들었다”며 “이번 무죄 판결로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어피너티 측을 공격했다는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보생명 IPO 더 요원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