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발 공급망 실사'가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 최대 현안으로 꼽히지만 우리 기업의 대응 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세제,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5일 밝혔다.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전체 40.3%가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ESG 의무공시'(30.3%), '순환경제 구축'(15.7%), '탄소국경조정제도'(1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공급망 ESG 실사법이 올해 독일에서부터 시행되고 내년부터 EU 전체로 확대되면서 국내외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에 ESG 실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사 결과 고객사와 거래나 계약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ESG 실사 대응에 기업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실사법에 대한 대응수준은 낮았다. '단기적인 대응수준'을 묻는 질문에 원청기업 48.2%, 협력업체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대응계획으로는 'ESG경영 진단·평가·컨설팅'(22.0%), 'ESG 임직원 교육'(22.0%), 'ESG경영 위한 체계 구축'(20.7%), '국내외 ESG 관련 인증취득'(4.3%), 'ESG 외부 전문가 영입'(3.7%)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현안으로 꼽힌 'ESG 의무공시'와 관련해서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공시 의무화에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36.7%에 이르렀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인 ISSB 기준 국내 도입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71.7%는 '국내 실정에 맞춰 일부 수정 및 점진적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각 분야별 현안으로 환경(E)은 '친환경기술개발', 사회(S)는 '산업안전보건'(52.3%), 지배구조(G)는 '이사회 및 감사기구 역할 강화'(30.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기업 61.6%는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 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분석했다. 이같이 생각하는 이유로는 '국내외 고객사 요구 확대'(53.0%)가 가장 많았다. 이어 ESG 규제 도입(35.1%), 연기금 등 투자자 요구 확대(7.0%), 소비자의 요구 확대(4.9%) 순이었다.
ESG 경영 추진 관련 기업애로로 기업 58.3%가 '비용부담'을, 53.0%가 '내부 전문인력 부족'을 선택했다.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39.3%)을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는 자금 및 인력 부족으로 ESG 실천이 쉽지 않은 기업을 위해 금융·세제지원,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