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미세먼지 시즌을 앞두고 공기청정기 업계가 활로 모색에 사활을 걸었다. 3년 새 시장 절반이 줄어들면서 올해 봄 성수기에도 수요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인공지능(AI) 등 신기능 추가, 디자인 차별화와 함께 공공기관·기업 고객 대상으로 마케팅 영역을 확장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쿠쿠 등 주요 가전 업체는 최근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출시하고 봄철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속된 시장 축소와 가전 수요 둔화 속에 예년보다 마케팅을 강화한다.
지난달 나란히 신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인공지능(AI), 맞춤형 청정 기능을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2023년형 비스포크 큐브 에어공기청정기는 '맞춤 케어 필터'와 실내 공기질 맞춤형 작동 기능인 'AI 절약 모드'를 강조했다. LG전자의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알파' 신제품 역시 AI 절전 기능인 '인공지능 플러스' '펫 모드' 등 맞춤형 기능을 제시했다.
쿠쿠, 웰스, 청호나이스도 최근 2023년형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쿠쿠는 항균 기능을 강화한 '토털케어 안심필터', 웰스는 소가구를 겨냥한 미니멀 디자인, 청호나이스는 2개 흡입구를 통한 청정방식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웠다.
업계 마케팅도 불붙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가전 불경기에도 지난해 대비 마케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웨이 등 렌털 업계도 렌털료 할인 등 행사를 시작했다.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도 올해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9년 1조원 규모이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 이하로 추락하며 절반 이상 축소됐다. 성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 성적 역시 2019년 48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500억원으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올해도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한 초미세먼지 수준이 반복되는 데다 물가상승 등 경기침체 영향까지 더해 시장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업계는 기능 차별화로 수요 확보를 노린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해 맞춤형 청정, 에너지 절약, 펫케어 등 부가적인 기능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한다. 최근 고객 수요가 많은 탈취 기능에 힘을 기울이는 등 수요 맞춤형 변신도 시도한다. 여기에 중견·중소 가전업계는 소가구와 MZ세대를 겨냥한 미니멀 제품이나 혁신 디자인 상품 등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서 기업간거래(B2B), 기업·기관간거래(B2G)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꾸준해서 안정적 매출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이르면 올해부터 일선 학교에 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키로 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최근 경북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 공기청정기 3만4000여대 보급 계획을 밝혔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 이후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감소와 절대적인 보급률 상승으로 수요가 지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항균을 포함한 탈취 등 새로운 고객 요구와 에너지 절감, 맞춤 케어 등 신기능으로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