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붐을 타고 생겨난 신생 벤처캐피털(창업투자회사·VC) 상당수가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도 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조정기가 길어지면서 중소형 VC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간 모양새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은 물론 VC 업계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 등에 따르면 2020~2022년 VC 101개사가 신규 등록했다. 2022년 말 기준 전체 231개사 가운데 절반 가까운(약 44%) VC가 최근 3년 사이에 생겨났다. 매년 20개사 안팎에 머무르던 신규 VC는 2021년 38개사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 42개사로 정점을 찍었다. 벤처투자 시장이 뜨거워지자 VC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VC 업계는 덩치를 늘렸지만 내실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경쟁력이 허약한 신생 VC는 생존 기로에 섰다.
2020년 이후 설립된 신생 VC 101개사 가운데 32개사는 현재 결성한 벤처펀드가 없다. 벤처펀드 결성·운용은 VC 투자 업무의 첫 단추다. 펀드 결성 없이 고유계정(자본금)으로도 투자할 수 있지만 결성 금액의 1% 이상을 확보하면 운용이 가능한 벤처펀드에 비해 투자 규모나 성과 면에서 차이가 크다.
실제 지난해 '1년간 미투자' 사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VC 8개사 가운데 6개사가 벤처펀드를 결성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랙 레코드가 없는 신생 VC는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어렵다”면서 “출자자(LP)가 지갑을 열 만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프로젝트 펀드 결성에 나서야 하는데 딜 소싱 역량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VC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경영개선 요구를 받은 VC는 6개사다. 2020년 2개사, 2021년 4개사에 이어 증가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창투사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지난해 창투사 라이선스가 말소된 VC는 8개사에 달했다.
중소형 VC도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혹한기를 지나 생존에 성공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한 VC 관계자는 “당분간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후속 투자 이외 신규 투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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