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럽 각국은 올겨울을 에너지 위기 정점으로 보고 전기와 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는 등 강력한 에너지절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로존의 전기와 가스 소매가격은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5%, 35% 상승했다. 덴마크와 체코 등의 전기 소매가격은 50% 넘게 상승했고, 가스요금의 경우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100% 이상 폭등했다. 동유럽 몰도바의 가스 가격은 무려 250% 급등했다. 최근 에너지 수급 문제가 다소 풀린 듯 보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이 완전히 풀릴 경우 더 심각한 에너지 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적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떠안은 에너지 가격상승 부담이 한계에 이르면서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됐고, 최근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이 되면서 전년 대비 2~3배 오른 난방비 고지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와 전력 소비가 각 세계 7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약 30%를 에너지·자원 수입으로 지출하는 등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수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제 에너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의식과 에너지 절약 노력이 없을 경우 국부가 에너지 비용으로 다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을 하고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동차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자동차의 에너지절약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자동차가 포함된 수송부문은 우리나라 에너지소비의 약 17%를 차지한다. 수송부문의 경우 부제 운행,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 방안이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분야의 대표적인 에너지 절약 방안에 대해 제안한다.
첫째 경제 운전, 즉 에코 드라이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급가속·급제동 금지, 트렁크 다이어트, 불필요한 공회전 금지, 자동차 점검 생활화, 타이어 적정 공기압 유지 등이 연료 절감에 도움이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개개인이 실천하면 연료를 30% 이상 줄일 수 있어 국가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둘째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하는 것이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신차 판매의 30%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연비로만 비교하면 동급에서 최대 50% 정도 에너지효율이 높다. 고효율 내연기관차와 더불어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도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기차의 에너지효율은 60~73%에 달해 휘발유차의 25~36%보다 두 배 정도 높다고 하니 온실가스 저감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도 전기차 보급을 장려해야 한다.
고효율 친환경차의 보급 장려는 노후 차량을 대체할 경우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노후 차량을 고효율 신차로 조기에 대체하는 정책은 에너지절약, 환경개선, 산업육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확대를 통한 더욱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고효율 차량 보급이 확대되고 잘 사용될 때 에너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과 국민, 정부가 함께 노력해서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잡아야 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nhkang@ka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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