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는 지름 46㎜(이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 준비에 착수했다. 이달부터 천안에 46파이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춘다. 삼성SDI 설비는 테슬라가 탑재를 공언한 4680(지름 46㎜×높이 80㎜)뿐만 아니라 여러 규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테슬라 외 복수의 완성차 업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I는 이달 말부터 천안공장에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생산 장비를 반입한다. 3월까지 설비를 갖춘 후 시험생산 및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규모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초기 양산 수준의 파일럿 라인을 먼저 갖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지난해서부터 국내 장비 업체들과 46파이 원통형 라인에 들어갈 장비를 준비해왔다”면서 “양산 단계로 이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46파이 배터리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분류되는 제품이다.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이 6배 개선돼서다. 또 낮은 비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680을 차세대 배터리로 점찍었다.
삼성SDI는 천안에 4680뿐만 아니라 46120(지름 46㎜×높이 120㎜), 46200(지름 46㎜×높이 200㎜) 제품도 만들 수 있게 생산 설비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를 고려, 4680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회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파우치 배터리를 사용하던 미국 GM의 메리 배라 CEO는 최근 있은 콘퍼런스콜에서 “GM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는 파우치와 각형, 원통형 배터리셀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원통형 배터리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BMW, 볼보, 스텔란티스도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특정 규격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설비를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46파이 라인은 국산 장비로 채워질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엠, 필옵틱스, 하나기술, 이노메트리 등이 삼성SDI와 협력하고 있다. 코엠, 필옵틱스, 하나기술이 46파이 원통형 캔 안에 들어가는 전극 부품을 만들어 패키징하는 권취장비, 노칭장비, 패키징 장비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메트리는 배터리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성능에 이상 없는지 검사하는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파나소닉과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누가 먼저 차세대 원통형을 양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수주 성과가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