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주사 설립 추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옥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옥

교보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오는 9일 이사회에 로드맵을 보고한 뒤 본격적인 설립에 나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정기 이사회에서 지주사 설립 추진 안건을 보고한다고 8일 밝혔다. 앞으로 인적분할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위원회 지주사 인가 승인, 지주사 설립등기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 최종 금융지주사 출범 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초다.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지주사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보생명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등을 넘어 다양한 비보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인적분할 단계로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지주의 신주를 교부한다. 두 번째 단계는 교보생명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지주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성공적인 지주사 전환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기반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그룹의 장기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인 2대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이 갈등을 겪고 있어 일부 난항이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지만 주주 간 분쟁 탓으로 무산된 바 있다.

또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해 FI가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받은 항소심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 교보생명 이사회에 FI 측이 참여하고 있을뿐 아니라 갈등의 골이 심해진 상황에서 신창재 회장의 의지가 담긴 지주사 설립에 동의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FI 측 관계자는 “지주사 설립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기업공개(IPO)든 지주사 설립과 별개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계약 이행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