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레벨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정의한다. 현재 대다수 양산차 적용 기술은 레벨 2에 해당한다. 레벨 3에서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차량 제어와 주행을 담당하며 운전자는 시스템 요청 시에만 개입한다. 레벨 4에서는 지정 구역에서 차량 시스템이 도로 상황을 인지·판단해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레벨 5에서는 차량이 모든 상황에서 주행을 담당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886년 세계 최초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 주행·안전 기술부터 자율주행 연구까지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 새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벤츠는 2021년 12월 세계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조건부 자율주행(레벨 3) 시스템에 대한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아울러 지능형 자동 발렛 주차 기술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을 선보이는 등 한 차원 높은 주행 경험을 선사하며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벤츠는 혁신 기술을 통해 도로 위 모든 사고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무사고 주행'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5월부터 독일에서 출시한 S-클래스와 EQS에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을 선택 사양으로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파일럿은 현재 조건부 자율주행이 허용된 1만3191㎞ 독일 고속도로 특정 구간과 교통 밀도가 높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시속 60㎞ 이하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해당 조건에서는 시스템이 차량 제어와 주행을 담당해 운전자는 주행 중 인터넷 검색이나 이메일 처리 등 간단한 업무를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며 쉴 수 있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벤츠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의 서라운드 센서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라이다(LiDAR)와 후방 카메라, 외부 마이크, 습도 센서, 디지털 고정밀지도(HD 맵) 등으로 구성된다.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면 정확한 위치 결정 시스템을 통해 차량 위치를 측정한다. 이 시스템은 위성항법 데이터를 센서 데이터와 디지털 HD 맵 데이터와 비교한다. 센서를 사용해 도로 형상과 경로 특성, 랜드마크, 교통표지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사고나 도로 공사와 같은 특별한 교통상황 정보도 제공한다. 디지털 HD 맵은 이동 중 차량 센서 등에 의해 생성한 최신 데이터, 도로 및 주변 환경의 3D 이미지를 제공하고 맵 데이터는 백엔드 데이터 센터에 저장해 지속 업데이트한다. 각 차량은 지도 정보 이미지를 차량 메모리에 저장하며, 백엔드 데이터와 지속적으로 비교한다. 이를 통해 음영이나 센서 오염도와 관계없이 주변 지형을 인식해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2017년 벤츠는 보쉬와 독일에서 지능형 자동 발렛 주차 기술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을 처음 선보였다. 2019년에는 해당 기능을 일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별 허가를 세계 최초로 받았다. 지난해 11월 독일연방도로교통청(KBA)은 해당 자율주차 시스템을 슈투트가르트 공항 내 APCOA가 운영하는 P6 주차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로써 벤츠는 레벨4 무인 자율주차 시스템의 상업적 이용을 승인받은 세계 최초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국내 스마트 주차 전문 기업 넥스파시스템, 보쉬와 서울 송파구 넥스파시스템 빌딩에서 S-클래스에 적용한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 시연을 진행했다.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은 운전자가 지정 구역에 차량을 정차해 하차한 후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량이 빈 공간에 안전하게 이동해 스스로 주차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은 지난해 7월 이후로 생산한 S-클래스와 EQS 중 인텔리전트 파크 파일럿 2 기능을 탑재하고 활성화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다.
레벨4 무인 주차 기능은 벤츠의 기술과 주차장에 설치한 보쉬의 지능형 인프라를 통해 실현된다. 운전자를 포함한 차량 내 모든 승객이 하차하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주차할 수 있다. 주차장 센서가 주차 가능한 빈 공간이 있거나 사전에 확보한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차량은 주차 시설 인프라와 통신하며 주차 공간으로 이동해 주차를 완료한다. 주차장 내 장애물이 있을 시 센서가 인지하고 차량은 제동해 안전하게 정지한다. 운전자는 앱을 사용해 차량을 지정 픽업 장소로 호출할 수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