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경제의 상반기 둔화 폭이 당초 예상보다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 영향으로 하반기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보고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1.8%를 유지했다.
KDI는 9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 1.1%, 하반기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한 1.4%에서 0.3%포인트(P) 내렸으며 하반기 성장률은 2.1%에서 0.3%P 올렸다. 상저하고의 폭이 더 깊어진다고 본 것이다.
KDI는 중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단기적으로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하고 그에 따른 경제 위축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수출이 부진하고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
KDI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경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도 서비스 수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반등 요인은 중국 경제”라며 “중국 경제가 나아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조금 높아지고 금리도 예상보다 긴축적일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이 경기 회복이어서 종합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은 1.8%를 유지했다. 이는 정부(1.6%)나 국제통화기금(1.7%), 한국은행(1.7%)보다 다소 낙관적인 수치다.
정 실장은 “작년에 가정한 것보다 세계 경제가 조금 더 밝아지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올해 1.8% 정도가 적당한 전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소비자물가는 11월 전망 대비 0.3%P 올린 3.5%를 예상했다. 상반기 4.2%를 기록한 후 하반기에는 2.8%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연간 근원물가는 3.4%로 0.1%P 올렸다.
정 실장은 “전기료와 공공요금 뿐만 아니라 다른 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며 “시차 때문에 물가 하락 폭이 유가 등에 비해 덜할 것”이라고 봤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도 다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기존 3.1%에서 2.8%로 수정했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대면서비스업 호조를 반영해 8만명에서 10만명으로 올렸다. 이는 정부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향후 위험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한 경우, 고물가 기조 유지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의 실물경제 파급 등을 꼽았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