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공간, 지구는 광활한 우주의 극히 일부다. 우리가 발전을 거듭해 뛰어난 우주 항행 기술을 갖추게 된다면 지구를 떠나 먼 우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시도가 가능하다. 환경 파괴, 자연 고갈 등으로 지구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다면 이런 이주 시도는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영화와 만화, 소설 등에 그려진 일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또 다른 지구'를 찾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이 이주가 가능할 수도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내 그 성과를 국제 학술지 '천문학·천체물리학'에서 밝혔다.
지구에서 31.2광년 떨어진 적색 왜성 '울프 1069'를 맴도는 '울프 1069b'가 주인공이다. 울프 1069b는 여러 측면에서 이주 희망을 준다.
일단 암석 행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목성이나 토성처럼 질량 대부분이 가스로 이뤄져 발 디딜 곳이 없는 행성도 있다. 이런 곳은 당연히 우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울프 1069b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철, 규산염 광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와 외형도 비슷하다. 질량은 지구와 비교해 1.26배, 크기는 1.08배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주계열성 즉, 우리 기준으로는 태양에 해당하는 항성과의 거리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이에 따라 행성 온도가 결정된다. 너무 가깝거나 멀면 당연히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물 존재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울프 1069b는 이 부분에서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분석이다. 울프 1069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지구와 우리 태양 간 거리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태양계라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
그런데 울프 1069b에 실제 전달되는 복사 에너지는 지구 기준 65% 수준이다. 울프 1069가 적색 왜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보다 질량이 절반 이하로 작고, 온도도 낮다.
이에 따른 행성 기온은 지구보다는 낮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영역별로 온도가 다르다. 우리 기준으로는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지는 행성 특징 탓이다.
울프 1069b는 지구와 달리 한쪽 면만을 태양과 마주하고 공전한다. 마치 우리가 달의 뒷면을 육안으로 볼 수 없듯이 울프 1069b는 영원히 한쪽 면에만 빛을 받는다. 절반은 끝없는 낮이 이어지고 반대편은 계속 밤인 셈이다. 당연히 낮이 이어지는 곳 온도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적색 왜성을 마주한 울프 1069b 영역 평균 온도가 영하 23℃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랑 비교해 매우 춥지만 이는 대기가 없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대기가 있다면 영상 13℃ 수준으로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이 행성에 액체 상태로 존재할 만큼 충분히 따뜻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 상태 여하에 따라 실제 온도는 높을 수 있는데 다행히 울프 1069b는 방사선을 강하게 방출하지 않는다. 대기 보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 판단이다.
연구진은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지 여부도 파악하려 한다. 다만 관련된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