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상환경 변화로 위기에 처한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컨설팅 지원 중심으로 개정한다. 단기적 수명연장보다는 장기적 사업 구조를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조정지원법의 대대적인 개정을 추진, 제도 명칭에서 부터 정책 목적, 지원방향 등이 바뀔 예정이다. 무역조정지원제도(TAA)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관계에서 피해를 입은 기업을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선정해 자금융자·컨설팅을 지원하는 제도다.
개정 방향은 통상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선정, 사업 품목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위기에 처한 기업에 단기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을 중심이었다. 이와 달리 앞으로는 제도의 무게추를 컨설팅으로 옮겨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 위기에 처하기 전에 선제·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재편제도와 비슷한 방향이다.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제도의 발동조건과 사업 전환이 아닌 기존 사업 품목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다.
산업부는 특히 미국의 TAA 프로그램을 참고해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융자 지원보다는 기술지원(TA)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기 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해 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정부가 운영하는 다양한 금융지원 사업에 매칭하고, 전문기관들과 경쟁력 강화플랜을 설정·추진하는 컨설팅을 3년 정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의 명칭도 '통상적응지원제도(가칭)'로 바꾼다. '조정'이라는 번역체가 기업에 주는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컨설팅 중심으로 TAA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역량 갖춘 컨설팅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TAA에 금융지원이 근본적인 소생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금융지원 없이 기업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전담팀을 만들어서 기업이 회생할 때까지 몇 년간 관찰 및 자문하기 때문에 상당한 신뢰관계가 쌓여있다”면서 “우리도 이같이 운영하려면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컨설팅 팀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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