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다수 가정이 동물병원 진료비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정작 반려동물보험(펫보험) 가입률은 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의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82.9%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15.1%는 보통이라고 했고, 2.0% 정도만 진료비 부담이 없다고 했다. 1회 평균 진료비 지출 비용은 약 8만4000원이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총가구의 15%인 313만 가구로 추정되고, 73%가 개를, 18%는 고양이를 양육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5%는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8%에 그쳤다. 총 가입 건수가 6만1000여건로 조사됐다. 스웨덴(40.0%), 영국(25.0%), 노르웨이(14.0%), 네덜란드(8.0%), 미국(2.5%)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비싼 보험료 탓이다. 손보사들은 2008년 펫보험을 출시했다가 손해율이 높아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2014년 동물등록제 의무화 후 펫보험을 출시한 보험사가 11개사로 늘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펫보험은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피부, 구강, 탈구 질환이 기본계약으로 제공되는지 특약으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제외하고는 차별성이 거의 없다.
펫보험 관련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반려동물등록, 표준화된 진료체계, 청구전산시스템 등 보험계약자, 보험사, 동물병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고, 소액 단기 전문 보험사 등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펫보험은 설계사나 등 대면 채널을 통해서 판매되는 게 대부분이고 텔레마케팅(TM)이나 사이버마케팅(CM) 채널 비중은 미미하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반려견 수명은 평균 15~20세로 증가하고 있고, 진료비 부담이 큰 8세 이상 노령견 비중도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서는 정책적 차원에서 펫보험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보험사는 동물병원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진료비 협상 및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 판매채널 다양화 등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함께 보장하는 번들형 상품, 반려동물 진료빈도가 높은 특정 질병에 대한 진료비 일부를 보장하는 정액형 상품, 헬스케어나 결합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동물등록제 개선, 진료체계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및 청구전산화를 추진하고, 시장경쟁 활성화를 위해 소액단기보험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