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연바람·빗물·태양광이 돌리는 데이터센터 '각'…"10년간 무사고"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술 집합체…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실현
'각 세종'에도 기술 이식…올해 3분기에 실가동 목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외부 전경 모습.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외부 전경 모습.

이름부터 '각(閣)'이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은 특별한 사명을 띠고 출발했다. '데이터 저장'이라는 센터 역할을 살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당대 최고의 기술력으로 지어진 장경각이 800년 가까이 팔만대장경을 지켜온 것처럼, 네이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그날의 기록'을 차곡히 쌓아가고 있다.

강원도 산자락의 쌀쌀한 바람을 거슬러 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훈훈한 온기가 와닿는다. '온실'이다. 열대우림을 연상하게 할 정도다. 태양광 전기와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이용해 이곳에서 각종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라는 점을 입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각 춘천은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술의 집합체”라며 “춘천의 자연 바람과 빗물까지도 활용하고 있고, 서버실에서 나오는 폐열도 바깥으로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고 있으며, 태양광으로 매년 210㎿h의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각 춘천 서버실 모습.
각 춘천 서버실 모습.

센터의 심장 '서버룸(남관)'에 발을 들여놓으면 잘 정돈돼 있는 대형 레고룸을 연상하게 한다. 서버에 연결된 전선 케이블 하나까지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각 춘천에서는 약 10만 유닛(서버의 높이 단위 규격)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이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이다. 고전력 서버실도 별도 구성돼 있다. 고전력 서버실에 있는 랙은 랙당 11㎾, 약 50A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랙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용량이다.

네이버클라우드 노상민 데이터센터장이 10년간의 무중단, 무사고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노상민 데이터센터장이 10년간의 무중단, 무사고 운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노 센터장은 “센터 오픈 이후 지난 10년간 '트리플 제로' 즉, 무중단·무사고·무재해를 실현하고 있다”면서 “센터 설비와 운영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운영 안정성 점검만 지난 10년간 200회 넘게 진행하면서 반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진, 정전, 화재, 산사태 등 재난 재해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진 설계가 이뤄져 있다.

서버룸 옆에서는 춘천의 자연 바람을 빨아들여 미세먼지만 걸러내고 온도를 낮추는 'NAMU(NAVER Air Membrance Unit)'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를 통해 냉방 전력을 현저히 줄였다는 게 네이버측 설명이다.

실제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표준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의 경우 각 춘천은 1.12이다. 국내 IDC 평균 PUE가 2.3인 점을 고려하면 배 이상 낮은 수치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새나가는 전력이 적어 효율성이 높은 것을 뜻한다.

춘천 각 데이터센터의 다이내믹 UPS실 모습.
춘천 각 데이터센터의 다이내믹 UPS실 모습.

서버룸을 지나 무중단전원공급장치 '다이내믹 UPS'가 들어선 곳은 센터내 상대적으로 가장 시끄러운 공간이었다. 센터내 모든 전기는 이곳 다이내믹 UPS를 통과한다. 마치 영화 '앤트맨'에서처럼 이 장비를 통과하면 기상천외한 양자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위용찬 모습으로 엔진이 돌고 있다. 핵심은 '인덕션 커플링'이라는 발전 회전체다. 전기 공급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인덕션 커플링의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약 7~10초간 서버룸에 전기를 공급하고, 그 사이에 UPS 디젤 엔진이 가동돼 비상 전력을 생산해 전력을 끊김없이 공급하는 구조다. 센터 외부에는 잔디밭 밑으로 약 70시간 동안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버틸 수는 비상 경유가 보관돼 있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분부장은 “지난 10년간 춘천 센터에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에도 이식할 예정”이라며 “특히 로봇과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까지 대거 적용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 있는 미래형 데이터센터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세종'은 올해 2분기 내 준공을 완료하고 3분기 실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춘천'의 6배 규모의 대지 위에 세워지며, 약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될 전망이다.

춘천(강원도)=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