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먼지로 지구온난화 막는다고?

에어로졸 성층권에 분사해 햇빛 차단
구름 이용한 태양지구공학도 논의

달 표면 먼지로 지구온난화 막는다고?

태양은 평생동안 자연스럽게 에너지 생산량이 변화해왔다. 특히 인류와 생명체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태양 흑점의 활동으로, 11년 주기로 활동량이 변화하며 기후를 바꿔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양의 흑점이 많건 적건 기후는 계속해서 따뜻해지기만 할 것이다. 인류가 산업화로 배출한 탄소 탓이다. 최악의 경우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올라가, 심각한 기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태양지구공학 대처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달 표면의 먼지를 태양과 지구 사이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달 먼지·거대 거품 양산으로 태양에 ‘양산’을

지구와 태양 사이로 뿜어진 먼지 시뮬레이션. 사진=유타 대학교/Ben Bromley
지구와 태양 사이로 뿜어진 먼지 시뮬레이션. 사진=유타 대학교/Ben Bromley

유타대학 물리·천문학 교수 벤 브롬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8일(현지시간)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 태양 빛 차단에 이용할 수 있는 먼지 입자와 필요한 양, 궤도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당초 행성의 형성과정을 연구하고 있었으나,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충돌이 수반할 때 발생한 비교적 적은 양의 먼지 고리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별빛을 차단하는 데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행성 형성 과정을 연구할 때 흔히 이용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실험하며 효율성을 따졌고, 그 결과 두 가지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떠올랐다.

첫번째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중력 균형을 이뤄 안정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제1라그랑주점(L1)에 우주 플랫폼을 띄우고 지구에서 가져간 물질을 쪼개 뿌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이 먼지는 태양풍이나 복사 에너지, 중력 등의 영향으로 쉽게 흩어져 효과적인 양산 역할을 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에 두 번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달 표면의 먼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달 표면에서 L1 방향으로 달의 먼지를 쏘아 올리는 방안으로, 40억년에 걸쳐 형성된 달의 먼지 알갱이가 태양 빛 차단에 적합한 속성을 가진데다 먼지를 쏘아 올리는 에너지도 적게 든다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최대 1~2%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며칠 간격으로 먼지를 새로 공급해야 한다는 점은 물류적 도전이기도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임시적이기 때문에 자칫 지구에 영구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기존 지구공학 방법의 의혹을 누그러뜨렸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국토 크기의 실리콘 소재 거품 양산 콘셉트 이미지. 사진=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브라질 국토 크기의 실리콘 소재 거품 양산 콘셉트 이미지. 사진=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이 방법은 앞서 2007년 처음 논의됐다. 아이오와 대학 연구팀은 영국 행성 간 학회지에 “달의 궤도를 따라 달 먼지를 흩뿌린다면 매달 약 20시간의 햇빛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이 L1 위치에 ‘거품’ 모양의 실리콘 소재 양산을 씌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황산·탄산칼슘 등 에어로졸 성층권에 분사해 태양광 차단

1991년 8월 일어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 당시 화산에서 분사된 아황산가스로 지구 평균온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1991년 8월 일어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 당시 화산에서 분사된 아황산가스로 지구 평균온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태양지구공학에서 이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방식은 아황산 등 에어로졸을 성층권에 분사하는 방식(SAI; 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이다. 성층권은 물질의 대류 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이 곳에 에어로졸을 살포하면 차단 효과가 길게는 2년, 짧게는 6개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이 이 방법을 포함해 태양지구공학 연구계획을 수립한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는 1991년에 일어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대폭발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이다. 당시 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 2000만t이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약 2.5% 반사했고, 그 영향으로 2~3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가 화씨 1도쯤 떨어졌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는 밝혔다.

S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스코펙스(SCoPEx)’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도 이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스코펙스는 빛을 잘 반사하는 탄산칼슘 가루가 담긴 초대형 풍선을 성층권까지 띄워 공중에 뿌리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또, 스타트업 메이크선셋(Make Sunsets)이 기후변화 위기국인 멕시코에서 미량의 이산화황을 날려 테스트를 하려고 했지만 당국에 금지당했다.

◇이 외 구름 이용한 아이디어도…”소금 구름으로 튕겨내고, 베일 구름으로 방출하고”

해양 구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해양 구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구름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바닷물을 이용해 소금이 포함된 인공 해양구름을 만들어 햇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소금 결정이 반사율을 높여 바다 표면처럼 햇빛의 양을 줄이고 해빙 속도를 늦춘다는 아이디어다.

다르게 구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미국 국립아카데미 보고서에서 태양광 반사 기술과 함께 다뤄진 방식으로 새털구름(권운)을 활용해 열이 지구 표면에서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늘을 뒤덮는 권층운은 적외선을 대량으로 흡수해 지구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얇게 만들거나 새털구름을 솎아내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얇은 베일 같은 새털구름이 태양광 반사는 수반하지 않으면서 방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라 ‘태양지구공학’ 범주에 들지는 않는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햇빛을 직접 막는 태양지구공학이 물론 즉각적인 효과를 만들 수는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햇빛을 차단하는 경우 지구에 어떤 손상이 일어날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온도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것이 이 같은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