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전력판매로만 22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배전 관리 등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지난해 30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한 달 동안 3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에너지 전문가는 올여름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취약계층 보호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차등요금체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금액은 약 88조8633억원, 전력판매수입은 약 66조301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이에 따라 전력판매에서만 지난해 총 22조833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적어도 20조원 후반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실적에서 전력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5~90% 수준”이라면서 “기타 송·배전 비용, 영업비용, 기타비용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연료비 폭등으로 전력구입금액이 대폭 폭등했지만 전력판매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력구입금액은 전년 53조4693억원보다 약 66.2% 증가했다. 반면에 전력판매수입은 전년 57조6715억원과 비교해 14.5%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전기요금 인상 이후로는 전력판매수입이 전년 대비 20% 이상씩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력구입비와 판매금액의 격차가 존재하면서 겨울철에 적자 규모를 키웠다.
특히 SMP 상한제가 적용된 12월에도 한전은 대량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의 전력구입금액은 9조5098억원, 전력판매수입은 6조5873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약 2조9225억원 손실을 봤다. 3조원에 이르는 손실 폭은 역대 처음으로 추산된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전력구입단가가 ㎾h 당 177.74원으로 같은 기간 평균 SMP 267.63원에 비해 89.89원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점이 반영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력판매단가는 ㎾h 당 140.37원으로 여전히 ㎾h 당 37.37원을 손실보면서 전력을 팔았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h 당 13.1원 인상됐지만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발전업계는 SMP 상한제 시행 후 두 달 동안 한전이 전력구입금액을 7000억원 줄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약 3500억원 정도로 이를 반영하면 한 달 사이에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여전히 손실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상승하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에너지 전문가는 현 상태면 한전의 누적 부채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월 평균 SMP는 ㎾h 당 200원을 지속 초과하고 있다. 지난달 평균 SMP도 ㎾h 당 240.81원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달까지는 SMP 상한제로 인해 한전이 민간발전사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는 싼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지만, 오는 3월부터는 SMP 상한제를 시행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되, 지역별 차등요금체계 등 장기적으로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 가격신호 효과를 위해 소매요금은 인상하되,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보완방안을 같이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재 육지계통에 대해서는 SMP가 단일 SMP로 돼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소매요금도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