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이차전지 소재 업체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크게 늘리면서 소재 사용이 급증했다. 국내 소재 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연 매출이 '조(兆)'를 넘는 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국내 배터리 산업 전반의 성장이 주목된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익 233% 급증…올해 매출 10조원 넘본다
국내 1위 양극재 업체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영업이익 3825억원을 기록,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차전지에서 가장 비중 높은 소재인 양극재 수요가 급증했고 포항 신공장에서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가동률이 오르면서 전년 대비 233% 이익이 급증했다. 고부가 하이니켈 NCM 양극재는 SK온 전기차 배터리에 대부분 공급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은 5조35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0.6% 증가했다. 순이익도 2690억원으로 175.1% 뛰었다. 전기차 배터리 효과다. 지난해 제품 사용처별 매출 비중으로 전기차용 양극재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더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 증권사에서는 매출 10조원을 전망한다. 매년 2배씩 성장하는 것이다.
수요 급증에 증설도 공격적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계 NCM 양극재 공급을 위해 미국, 헝가리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올해 하이니켈 양극재의 고성장이 예상되면서 증설을 추진 중이다.
◇분리막·음극재·전해액도 호실적
더블유씨피(WCP)는 지난해 영업이익 58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1위 분리막 업체로 등극했다. 582억원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WCP는 삼성SDI가 2020년 지분을 투자한 배터리 분리막 제조 업체다. 회사는 삼성SDI로부터 2021년 5년치(2021~2025년)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수주물량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분리막 강도와 안전성을 강화하는 세라믹코팅(CCS) 가공기술을 이전하는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 대표 주자인 대주전자재료와 전해액 업체 엔켐도 호실적이 유력하다. 구체적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수 배 증가가 예상된다. 대주전자재료와 엔켐은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부터 공급한 전기차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 고객사 확대로 성장이 주목된다. 엔켐은 국내외 전해액 공장 가동이 오르면서 성장세를 보일 전망된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의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공급이 늘면서 국내 소재 회사들은 본격 증설을 단행한다. WCP는 국내외 분리막 공장에 약 9000억원을 투자한다. 충주 공장 유휴 부지에 습식 분리막 생산라인과 코팅 라인 모두 2개씩 확장한다. 충주 분리막 원단은 8억2000만㎡ 이상으로 확대한다.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인근에 분리막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 원단, 코팅 라인을 각각 8개, 16개 구축할 계획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증설 투자는 계속
이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4대 소재로 만들어진다. 소재가 있어야 배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수주보다 소재 확보가 우선이다. 배터리 시장 동향의 선행 지표 같은 셈인데,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여 이차전지 소재의 증설과 성장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은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대주전자재료와 엔켐은 각각 실리콘 음극재, 전해액 해외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을 추진한다. 엔켐은 기존 공장 증설뿐 아니라 미국 추가 건설 공장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업체들의 증설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미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