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리스크 관리 본부를 신설한다. 사내 법무실을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제고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3급) 출신 관료도 영입했다. 정부가 플랫폼 규제에 고삐를 당기는 만큼 대관 조직을 키우고 강화된 규제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리스크 관리 본부를 신설했다. 본부장은 그동안 법무실장을 맡고 있던 이재환 변호사가 선임됐다. 그는 법무법인 에버그린, 법무법인 세종 공정거래팀, 위메프 법무지원실장을 거쳐 지난 2021년 무신사에 합류했다. 공정거래, 약관, 기업 간 분쟁 등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 공정위 출신 관료도 영입했다. 무신사가 공정위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관료는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국, 서울사무소 등을 거쳐 지난해 퇴직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특정 부서에 소속되지 않고 회사 자문역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정부의 플랫폼 규제 강화 기조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공정위는 새해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입점업체와 자율 규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 지침을 새로 제정했다. 기존 공정거래법 심사 지침을 보완,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방자치단체도 감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최근 패션 플랫폼 불공정 행위 실태 조사를 마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한 조사는 도내 소재 의류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플랫폼의 과도한 입점 수수료, 멀티호밍 제한 등 다양한 애로 사항이 수렴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지난달 무신사를 포함해 월간활성사용자수(MAU) 기준 상위 8개 사업자를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조만간 플랫폼 수수료 현황, 입점업체 애로 사항 등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입점 업체에 평균 28% 안팎의 명목 수수료를 받는 무신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8일 무신사는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입점업체와 계약한 수수료에 △결제 수수료 △서버비 △쿠폰·적립금 할인 비용 △브랜드 마케팅 활동 지원비 등이 포함돼 실질 수수료는 14.5%에 그친다는 것이 골자다. 입점 브랜드와 동반 성장하며 패션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무신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기업공개(IPO)를 대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내년 중 IPO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가치를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인 만큼 입점업체와의 갈등, 정부 규제 등 대비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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