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전극 삽입 없이 뇌심부에 전기자극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

초음파 감응성 전류·일산화질소 발생형 뇌-혈관 장벽 투과 압전 나노입자 이용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김원종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극을 삽입하지 않고도 뇌심부에 전기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신경세포 파괴로 발생하는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뇌 질환 치료에 이용되는 여러 치료방법 중 전기 자극으로 신경세포 간 신호를 직접적으로 활성화하는 '뇌심부자극술'이 주목받고 있다.

김원종 포스텍 교수
김원종 포스텍 교수

뇌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적으로 신경세포를 활성시키는 뇌심부자극술은 신경장애를 완화할 수 있지만 외과 수술로 뇌 깊숙이 전극을 삽입해야 하므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임상 적용이 쉽지 않다. 특히 짧은 배터리 수명으로 반복적인 수술, 높은 비용, 뇌출혈, 발작·염증반응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비침습적이며 생체적합성이 높은 초음파에 감응, 전기적 신호를 일으키는 압전소재 기반 나노의약소재 개발에 주력했다.

압전소재는 분자 결정격자 안에 전하를 비대칭으로 분포해 유전 분극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초음파와 같은 물리 자극으로 전압을 일으킨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압전소재는 생체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혈액에서부터 신경세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뇌-혈관 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뇌-혈관 장벽은 외부 물질으로부터 우리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료 목적의 약물 유입도 막아 전달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압전나노입자를 파킨슨병을 가진 생쥐 모델에 주입해 초음파를 조사하자 독성 없이 생쥐가 정상 행동 양상을 보인 연구 이미지.
압전나노입자를 파킨슨병을 가진 생쥐 모델에 주입해 초음파를 조사하자 독성 없이 생쥐가 정상 행동 양상을 보인 연구 이미지.

연구팀은 생체적합성이 높은 고분자 소재와 생체 내 존재하는 라디칼 기체 분자로 뇌-혈관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일산화질소를 함께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에 개발된 압전나노입자는 초음파에 선택적으로 감응해 일산화질소를 방출한다. 일시적으로 뇌-혈관 장벽을 열고 나노입자가 뇌실질에 축적되도록 했다. 동시에 초음파에 의한 압전효과로 출력된 전류는 신경세포 도파민 방출을 유도했다. 이 나노입자를 파킨슨병을 가진 생쥐 모델에 주입하고 초음파를 조사하자 독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생쥐가 정상에 가까운 행동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은 일산화질소를 이용한 뇌-혈관 장벽 투과성 증대 기술 플랫폼으로 비침습적으로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다. 일산화질소 방출을 위해 이미징이 가능한 고강도 집속 초음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하는 부위에 선택적으로 치료제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김원종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압전나노입자는 비침습적으로 뇌의 깊은 조직을 자극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퇴행성 뇌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 장애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옴니아메드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바이오메디컬 분야 권위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