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독일 연방정부가 주창한 '인더스트리(Industrie) 4.0'은 핵심 원천 분야를 제조업으로 제시했다.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로 말미암은 산업 경쟁력 저하 등 사회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뛰어넘는 해결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 '스마트공장'을 전략적으로 채택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기에 접어든 많은 국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은 자원빈국(資源貧國)이다. 외국에서 자원을 들여와서 가공해 이를 다시 외국에 내다파는 수출주도형 국가이다. 한국만큼 제조업이 중요한 나라가 없다. 전체 GDP의 30%를 차지하고 중소기업이 99.9%인 나라이다. 따라서 제조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세계경제 전쟁 속에서 버터 낼 재간이 없다.
2014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스마트공장 확산, 보급사업은 양적(3만개)인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정부는 양적 목표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질적 목표 달성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하고 있다. 이는 제조기업의 본원적인 성과 척도인 재무적 성과와 운영적 성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혁신 성과를 측정함에 많은 지표가 있음에도 근시안적 지표로 스마트공장 성공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또 스마트공장은 기업이 본질적인 혁신을 추구하면서 기술경쟁력과 제조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가 기업의 혁신지원자가 아니라 혁신참여자가 된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제조 분야 디지털전환 도구인 스마트공장이 성공하려면 먼저 기업이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기업이 혁신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쌓기 위함이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디지털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 경쟁력은 기업 목적인 영속성 확보다.
둘째 정부는 기업 혁신을 촉진하는 지원자가 돼야 한다. 혁신하겠다고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모두 지원해야 한다.
혁신하겠다고 하고, 변화하겠다고 하고, 경쟁력을 갖겠다고 하는 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
제대로 혁신해서 성과 내는 기업을 도우면 된다. 정부가 나서서 미주알고주알 혁신 방법과 내용을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혁신은 실행해 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셋째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공장을 성공할 기업은 방문해 보면 회사 입구에서부터 알 수 있다. 직원들이 변화할 의지가 눈빛에서 느껴진다. 공장 환경이 청결하고 혁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너도 나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다.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기업문화가 다르다. 기업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경영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넷째 지속 가능한 스마트공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들(기업, 정부, 전문가, 학계, 기관 등)의 혁신적 공감대 형성과 새로운 기술과 지식 창조는 성공적인 스마트공장으로 인도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한 스마트공장 구현을 통해 제조기업 디지털전환을 이뤄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성장전략이 아닌 효율전략이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고 해서 망하지 않는 게 아니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전략을 통해 성장 공산이 큰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이 어떤 것인지 가치 중심이 돼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들어서 빠르게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고객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기업에 미래가 있다.
정태용 넥사 대표(스마트공장 연구포럼 회장) ceo@nexab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