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DTx)가 탄생하면서 의약품 중심 질병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과제도 적지 않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게임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집중력을 높이거나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우울증을 개선하는 식이다. 인체 내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으며, 데이터를 통해 치료 경과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 의약품 대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7년 9월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디지털치료기기 '리셋'을 첫 허가한 지 5년여 만에 이뤄졌다. 현재 디지털치료기를 허가한 국가는 14개국이며, 그 가운데 불면증 치료기기를 허가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독일·영국 등 4개국으로 파악된다.
솜즈는 허가를 받은 뒤 혁신의료기술고시 공포를 거쳐 30일 후부터 비급여로 의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 대상 1호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모든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자체 임상윤리시험위원회(IRB) 승인을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결정 신청을 거쳐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를 부여받아 처방할 수 있다. 회사는 오는 6월이면 환자 대상 배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을 거쳐 증례수가 쌓이면 올 11월부터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기 위해 안전성과 효용성 입증은 물론 국민건강보험 체계 편입, 처방 및 사용방식 합의, 환자수용성 제고 등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환자 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기관에서 처방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 디지털치료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과 환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실제 디지털치료기기 상용화가 먼저 이뤄진 해외에서 사용률과 수행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계가 노출됐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디지털치료기기로 기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환자가 수주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제품이 환자 친화적이어야 하고, 환자 흥미를 지속 유발하는 방법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솜즈를 시작으로 올해 복수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웰트의 '필로우Rx'가 심사 단계에 있고, 라이프시맨틱스의 '레드필 숨튼' 등이 임상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식약처는 진입 예정인 제품을 30개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경호 에임메드 DTx본부장은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기업이 많이 생기고 제약사처럼 파이프라인을 늘려 가야 제대로 된 생태계가 갖춰질 수 있다”면서 “관련 기관과 업계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임상 마무리 단계 30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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