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가상세계 구현 등 인간 지능 대체 이슈까지 거론되는 수준의 첨단기술 발달 및 보편화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그동안 비교적 정적이던 예술산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큰 모멘텀이 된 사건은 자산으로서의 미술작품과 관련해 NFT 기반 조각투자 플랫폼이 구현되고 활성화되면서 예술에 대한 투자가 각광을 받으며 관련 스타트업의 가치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로 전통적 순수예술계에서 일어나는 창작자(창작)-수용자(소비) 구조에서의 불균형이 가속화 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 대다수는 단순한 작품감상 측면에서의 수용자로서 향유할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시대는 기존 관람객 개념과는 다른 참여자로서의 관객, 즉 적극적인 소통 행위자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을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창조자와 소비자 간극을 좁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제 단순한 아티스트 또는 큐레이터라기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이자 플랫폼 제공자라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능하지만 미래사회로 전환하는 점에선 더욱 확대될 것이며, 결국 누구나 참여해서 협업하며 공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예술도 온라인에서 즐기고 거래하며, 대중이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해외 스타트업인 사치아트·아트시·오팡갤러리 등은 예술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유명하다. 또 국내에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아트테크 플랫폼을 출시한 국내 스타트업 테사는 올 상반기에만 152억7000만원의 미술품 판매액을 기록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열매컴퍼니의 기업가치는 창업 6년 만에 1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의 작품이 100만원에 팔리면 50만원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인데 현재 누적 회원수 1만5000명 이상, 월평균 거래액 10억원 가량 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루 최대 4000여명이 접속했는데 지금은 3만명 가까이 들어온다.
대기업 제품만 구매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니즈에 맞다면 스타트업의 새로운 제품도 주저없이 구매하는 세대다. 꼭 대기업 제품이 아니어도 소셜 임팩트가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 소비하고, 자신의 소비가 소비로 그치지 않고 더 가치있게 돌아올 수 있는 기회에 밝아 재테크나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흐름은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쳐 미술 거래, 아트테크 분야에서도 거장의 작품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가 있는 인디 작가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다양한 투자 기회가 생기는 등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이를 플랫폼 형태로 고도화한 예술기술 융합 사례가 나오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이제 예술도 영향력 있는 산업이 된다.
또한 기존 유통망에서 벗어나 새롭게 개척된 판로는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렇게 커진 시장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산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업 내부 정보 보호 및 기밀 유지 문제등으로 인해 외부로의 공개가 어려워 자료 조사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자료(2020)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문화예술분야 근로자 총 5만8000명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절반 이하인 46.8%였다. 비정규직 비율은 45.4%였고, 프리랜서 비율은 6.9%였다. 같은 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정규직 비율 68.1%, 비정규직 비율 32.3%, 프리랜서 비율 3.6%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통계에서도 2018년 공연예술 분야 인력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인력 1만명 가운데 정규직은 307명뿐이었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 상황은 다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 편집장 출신인 리처드 호가트 교수는 저서 '창조계급'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4개국 사례를 들며 “미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창조적인 인재”라고 강조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 육성정책을 펼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