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안에는 각각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부품이 들어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을 꼽으라 하면 중앙처리장치(CPU)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컴퓨터의 두뇌’로 불리는 핵심 부품이죠. 스마트폰에도 비슷한 별칭을 지닌 부품이 있어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입니다. AP 역시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려요.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CPU와 AP 모두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두뇌는 CPU가 아니라 AP인 걸까. 또 모바일 기기에 AP가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 IT 잡학다식에선 컴퓨터 CPU와 모바일 AP에 대해 다뤄보려 해요. 함께 알아봅시다.
‘컴퓨터 CPU-스마트폰 AP’ 뭐가 다르지

컴퓨터 CPU와 모바일 AP는 기기의 연산을 담당하고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다른 부품입니다. 둘의 차이를 설명하려면, 모바일 AP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모바일 AP는 기기의 모든 연산을 담당하는 ‘부품의 집약체’에요. AP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불리지만 그 안에는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이미지처리장치(ISP), 모뎀 등 여러 부품이 있어요.
즉 AP라는 하나의 부품에 스마트폰 구동에 필요한 대부분이 들어가는 겁니다. 이런 설계를 SoC(System On Chip)라고 하는데요. 중요한 부품을 하나로 모은 칩이라는 의미에요. 단 모든 AP가 동일한 구조를 지닌 건 아니에요. 예컨대 최신 퀄컴 스냅드래곤 AP에는 모뎀이 들어가 있지만,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A15·A16 안에는 내장 모뎀이 없습니다.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CPU는 주된 연산을 담당하는 단일 부품입니다. 내장 GPU를 지원하는 CPU도 있는데요. 내장 GPU는 성능이 낮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그래픽 작업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AMD 등에서 내놓은 외장 GPU를 따로 구매해서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요.
정리하면 AP는 다양한 부품을 하나로 모은 칩이에요. 모바일 기기에서 CPU는 AP에 속해있죠. 컴퓨터 CPU는 주 연산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부품입니다. 모두 기기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엄연히 따지면 같은 부품은 아니에요.
모바일 기기에 AP가 사용되는 이유는?

컴퓨터는 비교적 내부 크기가 널널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부품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해요. 한곳에 모여있지도 않고요. 모바일 기기는 그렇지 않죠. 내부 공간이 협소해요.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잖아요. 그래서 부품을 통합해 부피를 줄인 AP가 필요한 겁니다. 모바일 기기는 AP가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하죠.
전력 소모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는 한 장소에서 계속 전력을 공급받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달라요. 배터리 용량도 한정돼 있고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모바일 기기에 AP가 탑재된 이유입니다. AP는 각종 부품을 하나로 집약해, 전력 소모를 줄였거든요.

여기서 컴퓨터 CPU와 모바일 AP의 차이가 하나 더 드러납니다.
컴퓨터 CPU는 인텔 X86 아키텍처(기초 설계)를, 모바일 AP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자는 소비 전력이 높은 대신 높은 성능을 내고, 후자는 소비 전력이 낮고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아요. 이에 AP는 주로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참고로 최근에는 Arm 기반 칩 성능도 꽤 뛰어납니다. 애플 M 시리즈 칩이 대표적이죠.
요즘 모바일 기기엔 어떤 AP가 들어갈까

운영체제(OS) 기준 모바일 기기는 크게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 진영으로 구분됩니다. 안드로이드 기기는 주로 퀄컴과 미디어텍 AP를 사용해요.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퀄컴 스냅드래곤 8 시리즈를 써요. 삼성전자가 얼마 전 공개한 갤럭시 S23 시리즈는 최신 퀄컴 AP 스냅드래곤 8 2세대를 탑재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갤럭시 제품군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탑재하기도 했습니다. 주로 유럽 지역에 출시한 제품에 엑시노스를 넣었죠. 하지만 갤럭시 S23 시리즈부턴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을 사용하고 있어요. 미디어텍 AP는 과거 보급형에 많이 들어갔는데요. 최근엔 성능을 높인 미디어텍 디멘시티 9000시리즈를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나오고 있어요.

애플 제품에는 애플이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든 A시리즈와 M시리즈 AP가 들어갑니다. A시리즈는 아이폰에, M시리즈는 아이패드와 맥북 제품군에 탑재돼요. 최신 모델 기준 아이폰에는 A16, 아이패드·맥북에는 M2 시리즈 칩이 들어갑니다. 보통 다음 세대에 더 좋은 AP를 넣는데요. 예외도 있습니다. 아이폰 14 시리즈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은 전 세대에 쓰인 A15 칩을 탑재했어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